‘사람 몸속에는 스위치가 있거든. 여자애한테서 그걸 끄면 남자애가 되고, 남자애 걸 끄면 여자애가 되는 거야.’
올해로 열한 살이 된 ‘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의 과거사를 우연히 전해 듣고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다. 지금의 엄마와 아빠는 억압적이고 분노가 많은 나라에서 둘 다 여자로 태어났는데, 그 나라에서는 태어난 성별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했기 때문에 불합리한 일들과 각종 폭력을 무수히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굴레에 갇혀 있을 때,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였던 그들은 ‘엄마’의 배 속에 있던 ‘나’를 지키고 보다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함께 이웃 나라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탈출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은 유전자 기술을 빌어 성별을 변환하기로 하는데…….
가족의 어두운 과거를 아이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전달하는 「스위치, 오프」는 성별에 따른 폭력과 전체주의 문화를 비판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상으로 대안의 세계를 제시하는 SF다. 반대되는 유전자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력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이룩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는 모두의 만족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강조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에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대안적 상상력과 시선으로 비추는 작품이다. ‘너하고 나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야. 세상에 오로지, 너하고 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