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간무언어소통단말기’, 즉 의식만 있다면 발화 기관의 여부는 물론 언어나 종족에도 상관 없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물건, 바벨이 등장한다. SF를 많이 읽은 독자들은 그다음 일어날 일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속으로만 품었던,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생각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은 참사다. 심지어 그 ‘생각’이 ‘진심’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상처받고 서로를 증오한다. 이 소설의 세계도 그런 나락에 빠졌다. 하지만 「원시인의 노래」는 여기서 변곡을 준다. 그야말로 선의로 똘똘 뭉친, 누군가를 증오하지 않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메시아가 등장하여 멸망할 뻔했던 세상을 감화시키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메시아에게 검은 손을 뻗치면서 이 세상은 다시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는데…….
「원시인의 노래」는 냉소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인간사를 비딱하게 본다. 때로는 공격적이다. 심지어 선함의 상징 그 자체인 ‘메시아’가 등장해도 사회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메시아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악의적이다. 결국 메시아는 위험에 처하고 타락의 위기를 맞닥뜨린다. 「원시인의 노래」는 인간의 악이 다소 과하게 날카롭게 묘사되어 있다. 때문에 현실 세상에 지쳐 있거나 인간의 선의를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권유하고 싶지는 않은 글이지만, 반대로 이 못나고 못된 세상을 향해 칼을 겨누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독자에게라면 이보다 더 최적의 글은 드물 것이다.
*본작은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