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나면, 더 나쁜 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던 우울하고 속 쓰리던 어느 날, 주인공 ‘나’는 퇴근하자마자 아내가 딸 서우를 혼내고 있는 모습과 맞닥뜨린다. 사실 모범생인 서우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못된 친구에게 모질게 굴지 못한 탓에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던 것인데, 딸의 반에 있는 소위 ‘노는 아이’ 혜주가 딸의 체육복을 빌려간 뒤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 답답해하며 소리를 높이는 아내 몰래 내가 서우에게 용돈을 쥐여 주며 체육복은 새로 사고 이만 잊어버리라고 하며 일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혜주는 더욱 서우를 못살게 굴기 시작하고, 선생님께 알려야 할지 어째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아내를 두고 나는 두 달 전 우연히 차량 접촉 사고로 알게 된 전직 형사 윤형준을 떠올린다.
상관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도리어 누명을 쓰고 옷을 벗은 그의 경력이 떠오른 나는 이 문제를 윤형준에게 상담하고, 윤형준은 가해 학생의 학교와 이름을 대면 자기가 이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호기롭게 나선다. 그리고 3일 뒤, 나는 혜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윤형준에게 전화를 걸고, 윤형준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답변을 하는데…….
단편 「오해」는 원치 않은 범죄에 휘말리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심정이 된 소시민 가장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그저 딸을 지켜 주고 싶었는데 지키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괴감, 일이 이렇게 커지길 원치 않았기에 오는 초조함과 실제로 폭력이나 범죄를 맞닥뜨려 본 적 없는 사람이 느끼는 불안감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