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에 왕과 왕비가 있다. 몹시 평범한 설정이지만 의외로 뜯어보면 진짜 그렇게 평범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왕은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아서, 어느 정도냐 하면 온 백성이 행복할 정도로 굉장하지는 않지만 딱히 고달픔에 왕에게 원망을 퍼부을 정도는 아닐 수준의 적당함, 그런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왕과 그런 왕에게 중매로 시집 온 왕비 사이에서 의외로(!) 현명하고 아름다운 공주가 태어난다. 그리고 이 공주님에게 혼기가 다가온다. 왕은 공주님을 위해서 여러 명의 후보들을 준비하는데…….
짧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끝까지 반전을 기대했던 것은 오랜 시간 황금가지에 근무해 온 후유증 같기도 하다.(직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슨 주제이든 결국 피 흐르는 스릴러로 달려가는 분위기가 아마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공주님과 문지기」라는 전래동화 느낌의 제목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데, 순서대로 특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은 연극을 연상시킨다. 언뜻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의 구혼자들이 시험에 임하는 장면도 생각난다.
살짝 예측 가능한 착한 결말은 누구에게나 사랑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예쁜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님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기존의 동화와는 사뭇 다른 행복감이기는 하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것이고. 첫 문단이 좀 더 읽기 편하게 줄갈이가 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