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에 헤어진 애인에게 이메일을 쓰던 미영은 욱하는 마음에 ‘죽어’란 단어를 썼다가, 그만 제대로 지우지 못한 채 전송을 눌러 버린다. 사과와 사랑 고백 사이에 당당히 ‘죽어’란 단어가 들어간 이메일을 읽은 남자친구는 그 이후부터 병적인 괴롭힘을 선보인다. 문자, 채팅, 이메일 등을 통해서 끝도 없이 ‘죽어’라는 단어를 보내오는 것.(시대배경상 ‘싸이월드 쪽지’ 포함.) 헤어지자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은 그저 남자친구가 미안하다며 매달리길 바랐을 뿐인데, 어쨌든 굳건한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먼저 수그리고 연락을 취했던 미영으로서는 어이가 없다 못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쁜 놈아, 너랑은 이제 정말 끝이야! 하고 답장을 보냈더니 한술 더 뜬 남자친구는 미영의 집 앞 현관문에 ‘죽어’라고 쓴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 놓는다. 미영은 이제 남자친구가 섬뜩하기까지 한데…….
어릴 적의 괴롭힘, 실수로 찍은 오타, 함부로 내뱉은 말. 일상에서 사소하게 저지른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만큼 읽는 이를 으스스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단숨에 지옥 체험담으로 바뀐 한 여자의 이야기 「오타」는 다소 과격하고 극단적인 전개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으스스한 공포’라기 보다는 ‘흥미진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고, 공포 영화로 치면 「링」보다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 더 가깝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때도 언제나 필터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이 시대에 걸맞은 교훈을 전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