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의갈고리

2018년 4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악랄한 사회 범죄에 던지는 복수와 단죄의 메시지

여성 화자는 옛일을 회상하며 누군가에게 고하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등산 동호회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던 중 뒤에서 전해지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던 그녀는, 바지 자락에 도둑놈의갈고리가 붙었다며 친절하게 일러주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닉네임을 ‘피핑톰’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젠틀한 모습에 급속도로 호감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교제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교묘하게 변하는 남자의 모습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여자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날아든 한 통의 협박 문자. 소름끼치도록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힘들었던 기억을 점차 치유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다. ‘여자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떠미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

이야기는 11세기 영국 전설적인 레이디 고디바의 일화를 중첩시킨 채,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용어로 굳어진 ‘피핑톰’이 등장한 초반부터 독자의 불길한 예감을 가차없이 적중시키며 나아간다. 악랄한 범죄의 나락에 빠진 피해자에게 들러붙는 수만 개의 눈알들, 도둑놈의갈고리처럼 끝도 없이 들러붙어 퍼지는 지독한 속성들을 파고드는 공포감은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2차 가해, 터무니없는 처벌 수위 등 2009년에 쓰인 작품이라고 하기엔 범죄의 수단만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생각에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이 던지는 복수와 단죄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