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 수진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몰래 자신을 훑어본다는 느낌을 받고 경계한다.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기엔 최근 들어 유독 많은 시선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수군거림까지. 그런데 그 이유가 VR 방송의 가상 캐릭터인 ‘크리스탈’과 자신이 무척 닮았기 때문이라니. 더군다나 ‘크리스탈’의 낯부끄러운 사생활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방송 앱을 보고 수진은 경악한다. 어딜 봐도 자신을 모델로 만들어진 듯한 가상 캐릭터인 ‘크리스탈’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 남학생의 도움으로 앱을 제작한 회사를 추적하게 되는데.
「분신」은 최근들에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의 섬뜩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에도 VR을 통해 가상의 상대와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출시되곤 있지만, 「분신」에선 그보다 더 나아가 상대의 사생활을 밀착해서 볼 수 있다. 관음증에 이끌리는 현대인의 본능이 소설의 설정에 큰 역할을 하기에, 작품을 다 읽고 나면 과연 저런 미래가 올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든다.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독자에 따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작가가 상상한 VR 방송의 섬뜩한 미래상과 그 위에 올려놓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캐릭터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