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그 무한한 공포에 대하여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갖은 차별을 받아 온 ‘진’. 그는 까무룩 잠에 들었다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얼음 폭풍 때문에 컴컴해진 사방의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설상가상으로 전날 밤 카지노에서 모든 재산을 날렸다고 고백한 뒤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 때문에 말도 못하게 심란한 처지였는데, 딸 ‘영미’는 학교에 홀로 등교해 있는 상황. 급히 차를 몰고 나선 거리는 온통 눈과 눈에 파묻힌 것들뿐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진과 영미는 아파트의 주민 대피소로 무사히 피신한다. 그러나 끝을 모르고 퍼붓는 눈 폭풍으로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되자, 생존과 직결된 비상식량을 놓고 소수자와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얼음 폭풍」은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황희 작가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세 번째 작품집에 발표한 단편이다. 10년 전 지면에 공개된 작품임에도 트럼프 시대의 오늘을 보는 것처럼 이민자와 소수자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악랄한 천태만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인간의 통제 범주를 벗어난 자연 재해, 이주민으로서 겪어야 하는 생활고와 온갖 차별 등 온통 잿빛으로 가득한 「얼음 폭풍」의 서늘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와도 무척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