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저녁 시간이 사라진다.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씻고 밥 먹으면 어느덧 시간이 10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기분 탓일까. 사라진 2시간의 행방은?
귀가 후에 별 일도 안 했는데 벌써 자야 한다는 사실에 절규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가벼운 공감의 시선으로 읽다가 천천히 밝혀지는 비밀에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라진 시간」은 평범한 일상에서 공포의 소재를 예리하게 짚어낸 작가의 감각이 돋보인다. 주인공의 기록을 통해 공포를 드러내는 한편으로 묘사의 수위를 잘 조정하여 독자에게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코스믹 호러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