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아쿠아리움에서 눈을 뜬 나는, 이내 이곳이 수족관이 아니라 심해의 대형 마트이며 자신이 작은 테라리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참다랑어 점원은 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참치에게 나를 판매하고, 애니멀 호더인 참치의 집에는 자신처럼 잡혀 온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나는 풍경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참치의 집이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그때 테라리엄의 사료통에서 기어 나온 괴상한 남자가 나를 죽이고 산소 공급기를 빼앗으려고 하는데.
지구의 육지 대부분이 물에 잠긴 세상을 배경으로 한 『미분음의 기록』은 대형 어류가 즐겨보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강제로 출연하게 된 인류가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SF 소설이다. 해저 도시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일을 유쾌하게 그린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네모바지》가 일견 떠오르는 작품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납치한 인간을 서바이벌 예능에 출연시켜 폭력적인 장면을 연출해 높은 시청률을 노리는 이야기가 역지사지로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