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대 대통령으로 선정된 ‘나’. 대선 후보에 등록한 적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프로게이머에서 대통령으로 직업이 바뀌었다.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뒤의 미래에는 대통령을 국민이 ‘선거’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선정’한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곤 인공지능이 모든 정보를 모아서 내리는 정치적 결정에 결재를 하는 것 정도. ‘나’가 왜 후보에 없던 자신을 대통령으로 지목한 것이냐고 묻자, 인공지능은 그저 대통령직에 가장 적절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닌 건 알지만 석연치 않은 ‘나’는 결국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을 해킹으로 따라가고, 마침내 진실을 맞닥뜨린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 혐오를 선거 전략으로 삼아 당선에 선공한 대통령이 나온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식으로 혐오를 무기로 삼는 정치인들과 독재자의 자식들이 득세함에 따라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 체제가 아니다.’라는 회의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작품 내에서 ‘교수’가 설명하듯, 민주주의는 그저 최대 다수에게 최대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치 시스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최선의 정치 체제란 무엇일까.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그 정치 체제가 ‘철인 정치’라고 제안했다. 만약 누구보다 뛰어나고 도덕적인 한 절대자가 대신하여 ‘옳은’ 선택을 한다면, 그리고 그 절대자가 결코 욕심이나 광기로 오염될 염려가 없다면, 즉, 플라톤이 제안한 ‘철인 정치’가 진실로 가능하다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그 철인에게 의결권을 넘길 것인가? 그것이 옳은 것인가? 「대선(代選)」은 이러한 긴 물음에 답하는 사고 실험 SF다. 작중 그려지는 세계에 대해 반감을 품을 수도 있고, 혹은 작가가 제시하는 하나의 해설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단편은 분명히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탁월한 질문임은 분명하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