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터뜨리면

  • 장르: SF, 일반
  • 평점×77 | 분량: 120매 | 성향:
  • 소개: 노랑한테는 조금 미안했는지도 모르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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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확한 위로.

저탄소 정책이 실패하고 기후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가까운 미래, 세계는 폭염에 시달리고 식량 확보를 위한 인공 강우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 인공 강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만성 가뭄에 시달리지만 ‘단하’는 예외다. 이곳은 자투리땅을 정비해 나무와 꽃을 키우고, 그곳에 비를 뿌리는 드론쇼를 선보일 정도로 대단한 기술력을 지녔다. 테마 파크의 팀장, 이보은은 어느 날 잊고 지냈던 옛 친구의 방문을 받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과 진실만이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다. 소설 속 세계의 문제는 결말이 될 때까지 해소되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문제를 직시하고 그 너머로 계속 나아가는, 그 이상을 계속 살아가는 누군가들을 보여 줄 뿐이다. 성급한 해결책 제시도, 어설픈 낙관도 없지만 그 정확한 따뜻함이야말로 읽는 이에게 너끈하게 위로를 안기는 것일 테다.

2022년 5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소나기가 쏟아지는 환상의 세계, 무지개 너머 희망의 나라.

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고, 지구의 모든 곳은 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열사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냉각제’를 매일 섭취해야 했다. 날씨가 더워지자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오가면서 식량 위기가 닥쳤다. 인류는 드론으로 원하는 곳으로 비구름을 끌어오는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하였다. 해당 기술이 없는 나라는 비구름을 빼앗겨 더 극심한 기후 재난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소위 ‘선진국’들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선진국들은 기술을 나누기는커녕 ‘레인 파크’라는, 소나기를 볼 수 있는 테마 파크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렇다. 「구름을 터뜨리면」은 가뭄과 기아가 들끓는 기후 아포칼립스지만, 쩍쩍 갈라진 대지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정반대로 꿈과 환상이 넘쳐나는 테마 파크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보은’은 레인 파크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드론을 조종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옛 친구인 강유나가 찾아온다. 반가운 재회도 잠시, 어딘지 수상쩍어 보이는 그는 국가에게 쫓기는 처지다.

「구름을 터뜨리면」은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열대·사막으로 극단적으로 나뉜 뒤의 기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풍요롭고 행복한 ‘테마 파크’를 이야기의 무대로 설정하여 기발한 변주를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짧은 분량의 단편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과거가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결말까지 막힘없이 이끌고 가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서 작가의 노련함마저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의 삶에 관한 통찰이 곳곳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구름을 터뜨리면」은 사람들의 선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결론은 비현실적인 낙관이나 막연한 희망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각자도생의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하고 있다는 현실의 적확한 묘사이기에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연여름 작가는 곡선처럼 부드럽고 노래처럼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야말로 단편의 정답 같은 작품이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