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나, 아니면 남이 죽거나.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포츠 연예 잡지사에서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납량특집’ 코너를 맡게 된 나는 몰릴 대로 몰린 처지다. 편집장은 듣기 싫은 말만 하며 구박 일상이고, 동료 기자는 건들거리며 신경을 긁는다. 그런 내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퇴근길, 집에 와 보니 웬 괴물이 내 집을 차지하고 앉아서 자신은 3일에 한 번씩 사람을 먹어야 하며 다음 식사는 너라고 예고한다. 원하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이 괴이한 생명체 앞에서 죽음의 위기를 느낀 나는 놈에게 먹이를 구해 주겠다며 목숨을 구걸한다. 3일째 되는 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특공대는커녕 고작 순경 한 명이 왔을 뿐이다. 처음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나는 믿든가 말든가 총이 있다면 저기 저 벽장에 대고 좀 쏘라고 경찰에게 얘기하고 만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을 먹잇감이 되게 할 수 없다고 갈등했던 것도 잠시, 그렇게 나는 점차 괴물 룸메이트와의 생활에 순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경찰, 사라진 동료의 일은 곧 문제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괴물보다, 내가 살기 위해 대신 잡혀먹을 사람을 구하는 일에 무뎌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더욱 오싹한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