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하는 어렸을 적부터 참혹하게 죽은 모습의 귀신을 봤다. 때문에 산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 하는 승하가 옆에 두는 유일한 소꿉친구, 은유.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연달아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 평온했던 두 사람의 관계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신승하는 죽은 학생들의 유령에서 은유를 찾으며 매일 밤, 은유를 죽이는 악몽을 꾼다. 어쩌면 정체 모를 연쇄살인범보다, 자신이 은유의 마지막을 가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더니 결국 어느 날, 은유는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다. 승하는 자신의 꿈처럼 은유를 죽였을까. 혹은, 그 끔찍한 살해의 기억은 다만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눈 앞의 그 아이는, 귀신일까, 사람일까.
귀신을 보기 때문에 앞머리를 길게 길러서 눈을 가리고 다니는 주인공과, 그의 곁을 꾸준히 지켜온 성격 좋은 소꿉친구라는 다소 클리셰적인 캐릭터로 시작한다. 허나 설정이 지루하다고 느낄 틈은 없다. 짜임새 있는 문자들이 집요하게 작품의 분위기를 깎아내고, 연이어 이어지는 사건들은 끈질기고 탄탄하게 읽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나 작가가 설정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클리셰 속에서도 참신함을 분명히 드러낸다. ‘로맨스릴러’가 취향인 독자들이라면, 이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학생들의 이야기가 분명히 취향일 것이다. 부대끼는 연대라기보다는, 집착이나 습관에 가까운 끈적한 이야기가.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