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시골마을 이계리에서 펼쳐지는 예측불허 액션 판타지

옆집에는 언월도를 휘두르는 쭉쭉빵빵 백발 할머니 검사가 살고, 저어기 윗집에는 ‘김서방’을 찾는 요상한 아저씨가 사는 기상천외한 시골 마을로 귀촌한 작가 지망생 아가씨가 용감무쌍한 궁수로 전직하는 이야기. 그나저나 작가가 분명 초반에 로맨스가 나올 예정이라고 예고했던 듯한데, 어느 순간 연애가 실종되더니 작품 태그에서 로맨스가 사라져 버렸다! 어쨌거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 잊히지 않는 이야기는 언제라도 돌아올 것이니,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복습하며 조풍과 미호의 또 다른 모험담이 시작하기를 기다려 보자.

2017년 6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유쾌 통쾌 상쾌 경쾌한 신개념 루럴 판타지

읽는 내내 유쾌한 기분을 선사하는 작품 『이계리 판타지아』는 어느 분이 리뷰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한번 살아 보고는 싶은데 동시에 살고 싶지는 않은’ 마을 이계리(里)가 배경이다. 다른 세상을 의미하는 ‘이계’라는 절묘한 작명 센스 덕분에, ‘리’가 동면읍리의 ‘리’일 것이라고는 처음엔 짐작지도 못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시골 마을 이계리로 이사를 오게 된 강미호는 첫날부터 자신을 ‘김서방네 딸’이라고 부르는 남자의 방문을 받는다. 남자는 미호가 취미로 쏘는 활을 보고 그녀에게 “아가씨 궁수야?”라고 묻고(‘궁수’라니! 단어 선택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5만원에 개를 강매하려든다. 남자의 제안을 시골 사람의 텃세 정도로 받아들인 미호는 개를 사지 않고 넘어가지만, 이내 그녀 주변에는 흉흉하고 기묘한 일이 벌어지는데…….

강 씨인 미호를 두고 김서방 운운하는 남자의 정체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실제로 작가는 이웃 남자 외에도 또렷하게 이계리 주민들의 정체를 밝히는 법이 없다. 독자들은 작가가 흩뿌리는 단서들로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주민들의 실제 정체를 추정만 할 뿐이다. 작가가 작정한 듯 뽑아내는 캐릭터들의 면면은 황홀한 수준이다. 1장에서만도 슈퍼 모델급 몸매에 언월도 같은 칼을 장착한 이웃집 할머니라든가, 콧김에서 유황 냄새가 나는 강아지라든가 읍내 치과에서 3D 프린터로 뽑아낸 은화살 등등 개성 넘치는 설정이 척척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독자들의 입꼬리를 위로 잡아당긴다.

그나저나 ‘루럴 판타지’라는 말, 솔직히 처음 써 본다. ‘시골의, 농촌의’라는 뜻을 가진 단어 ‘루럴(rural)’은 사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을 가리키는 ‘어반 판타지’의 ‘어반(urban)’에 상응하는 단어를 찾다보니 갖다 붙여 본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거 참 신개념 어반 판타지인걸’ 하는 생각을 했고, 잠시 지나 도시를 말하는 ‘어반’이라는 단어만큼 이 작품과 모순된 개념도 없겠다는 생각이 연이어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 작가분도 아마 ‘어반 판타지’라는 분류를 택하면서 내심 찔리는 마음에 ‘시골 판타지’라는 단어를 따로 태그로 고르신 게 아닐까 혼자 짐작만 해 본다. 어쨌든 결론은 이 작품은 ‘루럴 판타지’라는 신개념을 개척한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