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차원 친구

2017년 6월 셋째 주 편집부 추천작

아득한 우주의 애수를 담은 서정적인 SF

어딘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골라낸 말들, 어조, 음색, 호흡 같은 것들마저 신비롭게 느껴지는 존재. 세상만사 풍파 속에서 너무 일찍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버린 듯 초연하면서도 탄탄한 내공에 붙박여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이질감으로 무장한 존재.

그런 친구가 있었다. 유리구슬을 부숴 넣은 듯한 눈으로 과학관 별무리를 보며 ‘너무 멀리 왔다’고 하염없이 울어버리는 친구.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아랑곳 않고 목이 빠질 듯 하늘만 올려다보던 친구. 그렇게 어디론가 향하는 불안과 기대로 일상에 좀처럼 섞이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어긋나고 시대가 달라지고 익숙했던 모든 것과 작별한 사람의 모습인 줄 알았더라면, 그 친구는 좀 더 이해받을 수 있었을까?

기다림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SF만큼 특화된 장르가 있을까. 「사차원 친구」는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한 SF적 상상력을 일상의 풍경으로 담아내는 짤막한 이야기다. 결정적인 사건이나 이렇다 할 만한 전개 특성은 없지만 서정적이고 애틋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애수를 한껏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