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골라낸 말들, 어조, 음색, 호흡 같은 것들마저 신비롭게 느껴지는 존재. 세상만사 풍파 속에서 너무 일찍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버린 듯 초연하면서도 탄탄한 내공에 붙박여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이질감으로 무장한 존재.
그런 친구가 있었다. 유리구슬을 부숴 넣은 듯한 눈으로 과학관 별무리를 보며 ‘너무 멀리 왔다’고 하염없이 울어버리는 친구.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아랑곳 않고 목이 빠질 듯 하늘만 올려다보던 친구. 그렇게 어디론가 향하는 불안과 기대로 일상에 좀처럼 섞이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어긋나고 시대가 달라지고 익숙했던 모든 것과 작별한 사람의 모습인 줄 알았더라면, 그 친구는 좀 더 이해받을 수 있었을까?
기다림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SF만큼 특화된 장르가 있을까. 「사차원 친구」는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한 SF적 상상력을 일상의 풍경으로 담아내는 짤막한 이야기다. 결정적인 사건이나 이렇다 할 만한 전개 특성은 없지만 서정적이고 애틋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애수를 한껏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