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맞은편 아파트를 본 적이 있는가? 아파트의 구조나 층수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해가 진 후 밝게 불이 들어온 남의 집 거실이나 베란다가 상대적으로 너무나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주인공 ‘나’는 최근 미니어처를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맞은편 아파트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각양각색의 내부를 보며 나름의 휴식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맞은편 아파트의 한 집에 ‘깜빡’ 불이 들어왔다가 도로 꺼진다. 순간 나는 눈을 의심하고 만다. 맞은편 집의 거실 창문에 붉은색의 무언가가 칠갑이 되어 있는 장면을 순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경악, 공포, 충격, 혼란이 이어지며 나의 상상력이 여러 방향으로 꽃피기 시작하는 그때, 맞은편에 또다시 ‘깜빡’ 하고 불이 들어오는데…….
불이 들어왔다 나간다는 구체적인 신호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개가 일품인 「깜빡」은 전통적인 호러 단편으로 정해진 흐름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어 안정된 재미를 보장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역시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을 갖추고 있어 이야기의 뒤를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으니 함께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공포와 유머를 다 갖춘 3매짜리 엽편 「메모」부터 인생의 스포일러를 당한 주인공의 이야기 「스포일러」, 마피아 게임을 공포와 결합한 「마피아 게임」까지 공삼 작가가 선사하는 오싹한 상상력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시기를.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