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헌책방을 무대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하는 두 인물의 기묘한 관계를 보여 주는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는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색채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단편이다. 여기에 기반하여 개작한 동명의 장편도 막 연재가 시작되었으니,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읽어 보도록 하자. 책과 이야기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일화가 더욱 풍부하고 흥미롭게 풀려 나가리라 기대된다.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이제는 장편으로도!
2017년 7월 둘째 주 편집부 추천작
이야기를 먹는 자와 바치는 자가 꾸는 매혹적인 백일몽
끊임없이 주절대지 않으면 안 되는 체질 때문에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나’는 청계천에 위치한 한 헌책방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폐허에 가까운 책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장사에는 관심 없어 보이는 주인과 가끔씩 찾아오는 괴짜 손님, 그리고 잠든 채로 마치 사물처럼 책방에 가만히 있는 기이한 여성이었다. 여성은 말을 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렷한 잠꼬대로 ‘나’에게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나는 세상을 꿈꾸는 중이니까.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이 세상은 멸망할 거야. 나를 계속 잠재울 방법은 누군가가 내게 끝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뿐이지.”
책에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하고, 시체처럼 잠자는 여성이 있는데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이상한 헌책방.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한 소녀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바쳐야 하는 세헤라자데가 된다. 잔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소녀, 그리고 책을 찾아서 이 공간을 맴도는 손님들을 보다 보면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를 읽기(혹은 쓰기) 위해 브릿G로 온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단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