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 주 편집부 추천작

이야기를 먹는 자와 바치는 자가 꾸는 매혹적인 백일몽

끊임없이 주절대지 않으면 안 되는 체질 때문에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나’는 청계천에 위치한 한 헌책방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폐허에 가까운 책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장사에는 관심 없어 보이는 주인과 가끔씩 찾아오는 괴짜 손님, 그리고 잠든 채로 마치 사물처럼 책방에 가만히 있는 기이한 여성이었다. 여성은 말을 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렷한 잠꼬대로 ‘나’에게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나는 세상을 꿈꾸는 중이니까.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이 세상은 멸망할 거야. 나를 계속 잠재울 방법은 누군가가 내게 끝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뿐이지.”

책에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하고, 시체처럼 잠자는 여성이 있는데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이상한 헌책방.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한 소녀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바쳐야 하는 세헤라자데가 된다. 잔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소녀, 그리고 책을 찾아서 이 공간을 맴도는 손님들을 보다 보면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를 읽기(혹은 쓰기) 위해 브릿G로 온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단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