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을 오가며 가끔 보던 길고양이가 어느 날 대출받은 『인간실격』을 물고 달아나버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급히 쫓아가 간신히 고양이를 붙잡는 데 성공한다. 그러자 고양이가 몸부림치며 내뱉는 말. “아, 일단 이것 좀 내려놔줘!”
「길 잃은 카피캣 오버런」은 일본 소설 제목을 차용하였는데, 제목에서 나타나듯 온통 고양이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해 애묘인이라면 흥미롭게 볼 작품이다. 끊임없이 환생하는 고양이라는 소재는 『백만 번 산 고양이』란 작품이 널리 알려진 터라 신선할 수 없지만, 작가인 주인공이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고양이와 만나고 생활하는 과정이 이렇다 할 사건이 없음에도 나름 흥미진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눈을 사로잡을 만한 중심 사건이 없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지라, 결말에 이르러선 혹시 연작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저자분께 비춰본다.
이와 더불어 최근 ‘책’과 관련한 단편 중 관심을 끌 만한 작품이 여럿 올라왔는데 전부 추천을 하고 싶은 작품이다. 본작과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늙은 AI의 집필활동」과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