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에서 길몽을 샀다는 주인공에게 던지는 하나같이 촌철살인인 엄마의 대사들은(“팔 때는 다 좋은 꿈이라 그런다”, “꿈이니 운이니 팔자니, 남의 거 함부로 주워오면 탈 난다”, “남의 꿈 사려다가 그놈 액운이랑 사연까지 딸려온다”, “그 꿈 판 놈은 그래 좋은 꿈이 필요가 없다더냐”) 읽는 이에게 불편한 불길함을 선사한다. 딸은 가볍게 엄마의 걱정과 잔소리를 넘겨 버린 후, 유명한 식품 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이후 대화의 전개가 재미있는데, 꿈 잘 샀다며 기뻐하는 엄마에게 딸은 붙은 게 내 실력이지 그깟 꿈 덕분이냐며 일축한다. 꿈에 의미를 부여하는 엄마와 꿈을 샀든 어쨌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딸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고로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 아니었던가. 힘들게 들어간 회사가 주던 취업의 기쁨도 잠시, 엄마의 충고가 드리웠던 불길한 그림자는 차츰 길게 퍼져나간다. 왜 오싹하고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도 없는지, 회식이 파한 후 선배가 안주처럼 늘어놓는 이야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집에 가는 길 유난히 다리가 무거운 내 귓가로 기묘한 ‘사사삭’ 소리가 들려온다.
커다란 건물 옥상에 홀로 서 있는데, 빗발치는 화살. 눈을 질끈 감고 엎드려 벌벌 떨다 일어나 보니 사방이 피투성이인데 자신은 상처 없이 멀쩡하게 살아남은 상황. 주인공이 고작 6000원 주고 산 꿈의 줄거리는 이렇다. 죽다 살아났으니 이건 길몽인 걸까, 아니면 남의 꿈을 사는 바람에 꿈꾼 이의 액운과 사연까지 함께 넘겨받게 된 걸까? 작품의 장르상 이 꿈이 어느 쪽이었던 것인지는 읽는 중에도 충분히 상상이 가지만, 이야기가 선배 직장인들의 결말과 이어지며 꿈속 ‘화살’의 상징성이 드러나는 순간 입맛이 씁쓸하고 서글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