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고등학생 세 명이 자취방에 모여 앉아 ‘오늘의 살인’을 주제로 토론을 나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을 골라 어떻게 죽일지 연구한다. 살인의 이유는 다양하다. 윗집 아이들이 내는 층간소음이 시끄러워서,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모욕감을 줘서, 혹은 수능을 만들어서. 즉 목표는 그들을 거슬리게 하는 모든 사람이다. 목표 인물, 범행 동기, 범행 수단, 범행 방법과 장소까지 세세하게 세부사항을 계획하는 모습만 보면 흑화기 중2병의 냄새가 나는 듯도 하지만, 기실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이 개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토론 대회를 앞두고 있는 세 주인공의 우정은 매우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의 가면 뒤 깊숙한 자리에 숨은 분노와 수치심을 들여다보게 된다. 굉장한 사건이나 대단한 묘사 없이 그저 담담히 기술되는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심리가 긴장감 있게 그려지는 점이 흥미롭다. ‘과연 누구를 진짜로 죽이고 싶었던 걸까’라는 질문은 갑작스럽게 파국을 맞는 우정의 향방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이제 질문의 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