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유명할 것 없던 음악 프로듀서 신유란은 일감을 받으러 가기 위해 이동하던 중 지하철역에서 낯선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한 할머니가 연주하는 차분한 선율에 생경한 감각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실력 수준을 성찰하게 된 순간이었지만, 그는 이 순간을 기점으로 탄탄대로를 걸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다지게 된다. 게다가 때마침 온 세계를 휘몰아친 팬데믹 속에서 취미로 올리던 라이브 작곡 퍼포먼스 영상마저 인기를 끌면서 언택트 시대의 스타로 급부상한다. 그러던 중 유란은 한 AI 개발업체로부터 인공지능과의 음악 대결을 제안받게 되는데,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쯤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제안을 수락한다. 그러나, 5판 3선승제로 치러진 블라인드 관객 투표에서 유란은 인공지능 음악가에게 첫 패배를 맛보게 되는데…….
얼마 전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가수 故 김현식의 음원 데이터를 활용해 재현한 무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가수의 목소리로 그가 살아생전 부른 적 없던 노래를 놀라운 수준으로 구성해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인간성의 대결이라는 전형적인 소재를 다루는데, 참신하게 느꼈던 건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진정한 예술성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 의미를 독자에게 넘기며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었다.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패배를 했던 것처럼,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했던 것처럼,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에선 더 이상 기계와 인간의 성능에 대해서는 우위 비교의 의미가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고조되는 몰입의 순간을 묘사하는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면 진정한 예술성의 실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