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 부모의 상을 치른 윤지운은 자신이 열다섯 살까지 살았던 시골 마을 오성리를 찾는다. 부모님의 사후 발견된 ‘돌아오라(來)’는 말만 써진 기묘한 편지 수십 통. 지운은 그에 홀린 듯 충동적으로 오성리로 향하는데, 마을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다. 사람도, 동물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지운은 손톱이 빠졌는지 피로 얼룩진 붕대를 손가락마다 감은 채, 마치 자신의 방문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을 대하는 남자 수언과 마주친다. 불길함과 불쾌감, 애매한 기억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지운에게 수언은 묘한 태도로 ‘소원의 집’과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마을, 오성리. 밝을 오(旿)에 별 성(星)을 써서 ‘오성리’라는 예쁜 마을 이름과는 달리 이야기에서는 피로 얼룩진 주술의 냄새가 느껴지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소원에는 대가가 있다’는 말 저변에 흐르는 악의는 못내 집요하고 음험하다. 단 하나의 소원을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그려낸 이 작품에는 단 3명의 인물이 등장할 뿐인데,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서운 흡인력을 보인다.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에 다시 보면 처음에 택시기사가 했던 마을에 대한 묘사가 새삼 섬뜩하게 다가온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