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선요(望仙謠)

  • 장르: 기타, 일반
  • 평점×61 | 분량: 58매
  • 소개: “생각해 보니까 내가 스물일곱 살이 지난 거야. 스물일곱 살이. 벌써 지난 거 있지. 엄만 그때 스물일곱이었잖아. 나한테 허난설헌 얘기 해준 거 기억 나?” 더보기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해답을 구하지 못한 모녀의 날카로운 감정선을 포착하다

일상적인 모녀의 대화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끝내 날카로운 감정의 응어리를 비추는 강렬함이 돋보였던 단편 「망선요」를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으로 선정하였다. 최근 입소문을 모으고 있는 영화 ‘레이디 버드’ 역시 모녀간의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감정선을 다루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더욱 깊이 나아가 서로의 상처를 파고들며 잔뜩 곤두서 있는 그 상태에 머문다. 멀고 먼 옛 시대의 여성시인 허난설헌을 중심으로, 그녀가 꿈꾸며 노래했던 이상세계의 대척점에 있는 모녀의 삶을 응시하는 독특한 감성과 여운이 짙게 남는 작품이다.

2017년 10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폭주하는 감정의 타래, 그곳에 고요히 멈춰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에 지도 봉사를 다니는 주인공.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이것저것 캐묻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언뜻 평범한 일상의 문법으로 대화하는 모녀지간처럼 보이지만, 오가는 대화 속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고 혼재된 감정의 흔적들이 감지된다.

양부에게 학대를 당하는 공부방 옆집 아이 초희, 아이를 낳으면서 대학을 관두고 혼자 두 아이를 도맡아 키워야 했던 스물일곱의 어린 엄마, 일곱 살 때 엄마가 주야장천으로 들려줬던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잊지 못 하는 딸… 이야기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선녀와 낙원으로 상징되는 이상세계의 대척점에 위치한 삶의 저변을 번갈아가며 비춘다.

제목으로 쓰인 ‘망선요(望仙謠)’는 허난설헌이 지은 대표적인 선유시로 꼽힌다. 조선에서 태어난 비운의 천재, 허난설헌의 이 시가 깊숙이 인용된 까닭은 무엇일까. 신선계를 바라보며 노래했지만 현실에선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를 썼던 난설헌과 스물일곱의 엄마는 같은 지점에서 절망했고, 더 어렸던 딸은 아무리 난설헌의 이야기를 들어도 낙원을 알지 못했다.

「망선요(望仙謠)」는 무엇 하나 서로에게 가닿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그 상태에 계속해 머무른다. 해묵은 명제처럼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시대의 불행은 반복되지만, 이 날카로운 감정선을 고요히 응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