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업 도우미 센터에서 과정을 수료한 후, 일상 언어에 대해 연구를 하는 언어 실험소에 배정된다. 이윽고 다른 업체와 비교가 불가능한 훌륭한 조건을 제공하는 이곳에서 진행하는 실험에 망설임 없이 지원하자마자,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여러 가지 보안 서류를 작성한다. 다음 날, 나를 비롯한 지원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실험소장은 앞으로 시행할 실험에 관해 설명한다. 지극히 단순한 그 내용은, 오십 일의 실험 기간 동안 지원자는 각자 배정받은 하나의 자음을 아예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고실험이든, 실제 연구든 ‘무인도에 갇혀 X년간 버티고 X억 받기’ 류의 도전이 화제가 될 때마다 ‘저 정도면 할 만한데?’라고 호기롭게 허세를 부리곤 하지만, 언어 생활을 계속 해야 하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자음 하나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이 실험의 난이도는 터무니없이 높아 보인다. 특정 자음이 완전히 소거된 편지라는 형식도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하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야말로 탈출구 없는 ‘무저’에 빠진 상황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