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속삭임

  • 장르: 호러
  • 평점×78 | 분량: 197매 | 성향:
  • 소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아무 노력도 안 하던 나에게 뮤즈가 찾아와 쓸 이야기를 속삭여주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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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유머와 인간미로 무장한 재치 넘치는 호러

재능도 없고 노력도 않는 무늬만 작가인 ‘나’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뮤즈’가 나타난다. 기묘하고 축축하고 음산한 존재인 ‘그것’이 속삭여 주는 이야기를 받아적는 것만으로도 나는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본래 자신의 것 이상의 지나친 행운을 잡은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들은 보통 이 지점에서 두 가지 분수령을 만난다. 하나는 본인의 분수를 망각하고 과도하게 능력을 휘두르다 그 능력의 대가로 역풍을 맞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언제 진정한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쪽인데 「뮤즈의 속삭임」은 후자의 흐름을 따른다.

여기까지는 여지없이 익숙한 플롯인데,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지점은 작가가 소심한 주인공에게 부여한 유쾌한 인간미에 있다. 주인공의 (비범한) 소심함은 ‘뮤즈의 속삭임’을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오롯이 즐기지도 못하는 애매한 수준이라, 결국 그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망가진다. 그와 비례하듯 그의 빈정거림(괄호로 표현되는 속마음)은 작품의 흐름과 함께 일취월장하는데, 아마도 뮤즈의 속삭임을 받아적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대사치는 스킬이 숙련된 덕택일까? 속마음 대사들의 쓰임이 적재적소에 찰지기 그지없어, 작품 흐름상 웃길 일이 전혀 없는 순간인데도 피식 웃음을 흘리게 된다. 어쨌거나 작품 제목을 짓는 것도 작가의 소양이라면, 적어도 주인공에게도 작가의 재능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녹슨 핏자국』, 『거꾸로 가는 시계』, 『비탄의 눈』,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등등의 내용이 뭐였을지 궁금하다. 괴작 영화의 냄새가 팍팍 나는 「네 피에서는 쇠맛이 난다」는 어떤가. 당장이라도 영화표를 예매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는가?

“어느 날 뮤즈가 찾아옵니다. 귓가에 이야기를 속삭여 주죠.”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저 평범한 비유가 더는 예사롭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2020년 7월 1차 편집부 추천작

“뮤즈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걸 쓰라는 듯이 이야기를 내어 주죠.”

오늘날 ‘뮤즈’는 예술계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디자이너의 뮤즈, 화가의 뮤즈, 작곡가의 뮤즈 등등 우리는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뮤즈’라고 칭한다. 본래 뮤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으로, 보통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자매 여신들로 나타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복수형으로 무사이라 불리기도 했다. 고대의 작가들은 자신은 뮤즈 여신들이 노래하는 것을 단지 받아 적을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는데, 「뮤즈의 속삭임」은 바로 이 부분에 착안한 독특한 호러 작품이다.

제대로 된 글을 단 한 번도 완성해 본 적 없는 무늬만 글쟁이인 ‘나’의 앞에 기이한 존재가 나타난다. 바다의 비린내를 물씬 풍기며 나타난 축축하고 괴이한 그것은 내 귓가에 너무도 완벽한 이야기를 속삭이고 사라진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적은 글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 자신의 성공이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는 열등감, 앞으로 뮤즈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온갖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 내가 마약에 의존할까 고민마저 하던 순간, ‘뮤즈’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는데…….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닌 능력으로 성공하게 된 주인공의 갈등과 두려움을 상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나, 의심했다가 인정하고, 긍정했다가 부정하며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그의 정신상태를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는 작가의 묘사가 좋은 덕분에 몰입감 높게 읽어내릴 수 있다. 간간이 섞여 있는 시니컬한 유머도 진지한 호러 사이에 적당한 완급 조절을 해 주고 있어, 제법 긴 분량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열망할 ‘뮤즈’의 존재에 대한 이 흥미진진한 고찰을 만나 보자.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