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방향 없이 흔들리는 인생이라 느껴질 때

열아홉 살이 되자마자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신분으로 전환되어 자립정착금 오백만 원과 함께 세상에 내던져진 나는, 고아로서 주변의 평범한 일상성을 열망하거나 시기하며 늘 복합적인 심정에 휩싸인 채 살아왔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맞이한 자립이라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보증금마저 사기당해 지내던 고시원에서도 쫓겨날 판국이었는데, 때마침 처지를 불쌍히 여긴 고시원 주인이 논현동에 있는 한 사설 도박장의 심부름꾼 일자리를 연결해 준다. 담배 심부름이나 하는 값이라기엔 꽤 거창한 돈을 챙기면서 나이에 비해 제법 많은 돈을 만지게 된 나는 콜센터나 숙식 공장 등에 취직한 보육원 동기들을 떠올리며 우월감에 젖어 든다. 그러나 불시 단속으로 졸지에 징역형까지 받고 집행유예로 겨우 풀려나게 된 나는 어지럽게 회전하는 인생의 중심에서 자신이 살아 나가야 할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진정한 기로에 놓인다. 그러던 중 보육원에서 지낼 때 자원봉사를 하러 왔던 영어 선생님이 문득 떠오르고, 메일함을 뒤진 끝에 수년 만에 안부 인사를 띄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을 터였다. 이 별것 아닌 듯했던 일상의 돌발이 모두에게 크고 작은 균열을 일으킬 줄은.

둔주(遁走). 도망쳐 달아나거나 특별한 목적이 없이 배회하는 것. 인생에 대해 조언해 줄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에 번듯한 어른 하나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주인공의 처지에 더없이 들어맞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내에서도 서울과 포천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빈번히 움직이고 이동하는 장면들이 비중 있게 활용되며 실지적인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렇듯 제목 그 자체로 여러 함의를 지닌 작품 「둔주」는 한 소년의 인생에 들어왔던 두 선생의 삶의 궤적이 교차되는 이야기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내 미묘한 긴장과 불안을 심도 있게 건드리며 끝을 향해 달려간다. 섬세한 감정을 헤아리는 알싸한 문장들은 탄탄하고, 전혀 다른 양상의 인물을 통해 끝내 하나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결말은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타인의 선의 하나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던 뼛속 깊은 고독 속에서도, 스스로 삶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이야기는 잘 직조된 튼튼한 짜임새 안에서 묵직한 감동으로 빛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