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가 우뇌와 좌뇌 양쪽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 관장하는 기능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1960년대에는 양쪽 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잘라 뇌를 분리하는 시술이 간질환자들에게 행해지기도 했는데, 이 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났다. 환자들은 오른쪽 눈으로만 본 물건의 이름을 대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지만, 왼쪽 눈으로만 본 물건은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도 이름을 쉽게 대지 못했다. 연구진들은 좌우 뇌는 거의 독자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 기능이 분리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통 일반인들은 좌뇌가 우뇌를 압도하고 있어서 양쪽 뇌의 분리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데, 만약 어떤 사고로 인해서 분리된 각각의 뇌가 각각의 인격으로 작용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 사고로 인해 몸의 우반편을 감지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보조기로 인해 신체적 기능은 돌아가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도 아니고, 그 움직임을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삶. 의사의 질문에 주인공은 “다소 섬뜩하다”고 표현하는데, 그조차 어쩌면 온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것은 매우 혼란스럽고 두려운 삶일 것이다. 사람의 뇌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영리한 서술이 빛을 발하는 인상적인 SF다.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뇌의 양쪽이 분리되어 각자 살아가게 된다면
2020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몸의 ■측이 분리되어 버린 남자의 기록
‘너는 오늘 새벽에도 잠을 설쳤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짧은 이야기는 독특한 박자와 강렬한 밀도를 지닌 SF 스릴러이다. 독자는 ‘너’의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해 주는 문장을 따라, 반신밖에 인지하고 움직일 수 없는 주인공의 현 상황과 그에게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우측’을 우측이라고 표현하지도 못해 주인공은 ‘제1측’, ‘제2측’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측의 등장은 처음에는 혼선을 가져오지만 결말에 도착하면 작가의 서술 트릭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외계 기생식물 쿨리는 길지 않은 문장들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왕복선에 탔던 일흔여덟의 승객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