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글씨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만 잔뜩 적은 A4지만 남기고 증발해 버린 전임자의 자리에 입사하게 된 철민. 홀로 야근을 하던 중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수상한 모임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올린 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더없이 수상한 글을 읽게 된다. “초대받아 간 모임에 남자가 자신뿐이고,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여자라면 화장실 핑계를 대고 모임 장소를 빠져나와라. 만약 탈출에 실패했다면 모임에서 주는 멜론만큼은 절대로 먹지 마라.” 연속 야근에 시달리던 중에도 그는 이달 입사자 모임에 참석하는데, 결국 그 결정이 그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의문은 일단 미뤄두자. 도무지 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필 하지 말란 것은 다 하는 상황이 일어나 버렸다면 이제 남은 건 생존뿐, 그저 헤쳐나갈 수밖에. 나폴리탄 괴담을 색다르게 비튼 이 참신한 이야기는 두 번 읽어도 재미있는데, 결말을 알고 읽는 두 번째부터는 작가가 뒷부분의 반전을 위해 앞에서부터 촘촘하게 씨를 뿌려두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담의 뒷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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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괴담에 대한 색다르고 참신한 비틀기
2020년 5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나폴리탄 괴담, 들었지만 지키지 못했다면?
한참 유행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별 것 없어도 볼 때마다 재미있는 나폴리탄 괴담. 만약 내 상황과 똑 들어맞는 나폴리탄 괴담을 만난 후, 금기를 고스란히 어기게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 후 3일째 철야 중인 철민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한 의미심장한 글을 읽게 된다. 철 지난 괴담 유행을 떠올리게 하는 그 지침글은 수상한 사내 모임을 조심하라는 내용으로, 그중 만약 여자만 있는 모임에 자신만 남자인 경우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탈출하라는 지침이 그의 관심을 자극한다. 며칠 후 사무실 앞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데, 같은 사원증을 건 남자 하나가 말을 걸며, 이달 입사자들의 모임에 오지 않겠냐고 권유를 한다. 남자의 말에 의하면, 이번 모임에 유난히 여자들이 많아서 꼭 남자 참가자가 더 있었으면 싶다는 것. 약속한 날이 다가오고, 업무에 치이다 약속 시간을 두 시간이나 훌쩍 넘겨 버렸지만 철민은 호기심에 모임에 참가한다. 그리고 점차 상황은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그러니 나폴리탄 괴담의 한가운데에 빠지게 되었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위기를 헤쳐나가는 철민의 세 치 혀는 참기름이라도 바른 듯 매끈하고, 낯선 모임에서도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는 그의 정신은 굳건하다 못해 뻔뻔하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려운 지경에 이를 테지만, 해석은 각자의 몫에 남겨두고, 나폴리탄 괴담의 유행 덕에 탄생한 이 코믹한 호러를 일단 감상해 보시기를.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