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지 않은 경로대잔치」는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현실 일부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낯설지 않은 이 이야기는 단순히 현실을 투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황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어적 표현들로 솜씨 좋게 풍자하는 점도 놓치지 말자.
다시 보는 베스트 추천작
박한 현실에의 풍자와 저항을 엿볼 수 있는 소설
2017년 8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신파극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부조리한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
칼국수를 먹으려고 한 식당에 들어간 ‘희’는 주인 할머니의 권유로 뜻밖에 경로대잔치에 참석하게 된다. 희는 처음 보는 노인들과 막걸리를 마시게 되고, ‘박’은 술기운에 졸고 있던 희의 종아리를 쓰다듬는다. 희가 박의 행동을 추궁하자 박은 딸 같아서 쓰다듬었는데 도리어 막내아들뻘인 희가 자신에게 대든다며 화내고 다른 노인들은 이에 동조한다, 그때 젓가락이 하나 날아와 박의 술잔에 부딪히는데….
주인공의 어려운 처지와 결말에서 암시되는 우연이 아닌 필연은 신파극 요소가 두드러지지만 결말을 통해 눈물과 감동을 자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의 전반에 배치된 극적인 요소들은 전형성을 벗어난 결말에 이른다. 마흔을 앞둔 주인공의 심정과 경로대잔치에 참석한 노인들의 언행을 통해 부조리한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점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