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차 편집부 추천작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업 작가를 꿈꾸었으나 당장 생계가 걱정인 현실에 ‘나’는 적은 돈이나마 벌어보려 교정 알바를 뛴다. 그러던 중, 회사 쪽에서 갑작스러운 일자리를 제안해 온다. 그렇게 얻은 일은,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작가의 원고만을 관리하면 되는, 시간은 남고 업무량은 전혀 고되지 않은 것으로 월급 도둑이나 다름없는 자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담당하게 된 회사의 간판 작가 김영훈의 글은 나를 열등감과 자괴감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과거에 출간된 그의 모든 글을 찾아 읽고, 그의 원고가 입고되기를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는 사이, 나는 온갖 허무맹랑한 망상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술기운을 빌려 작가의 집으로 쳐들어가기에 이르는데…….

세상에 아무 대가 없이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든가, 심지어 그 소원의 대가가 내 소원의 무게와 등가 교환되는 것조차 아니라든가 하는 점은 수없이 많은 구전 괴담들이 익히 다루고 있는 바다. 이 주제는 단편 「가짜 작가」를 통해 한 재능 넘치는 작가가 가진 비밀로 또 한 번 변주되어 펼쳐지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이어지는 전개까지는 놀랄 만큼 익숙한 형태라 독자는 익히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리석은 오만함으로 악마의 덫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의 행보는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어져서,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작품이 주는 재미가 줄지는 않는다. 작품이 갖고 있는 담담하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는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발 이야기나, 에드거 앨런 포의 고전 공포 소설들을 떠오르게 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