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시 고등학교의 평범한 1학년 학생 김주영에게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살아온 여우신 유성이라는 숨겨진 정체가 있다. 10세기가 넘는 시간을 살아온 탓에 인간을 호기심으로, 때로는 연민으로 바라보는 그이지만, 어린 인간들과의 관계는 재미있기도 하다. 부슬비가 내리던 봄날 밤, 숲에 서서 청사초롱을 든 일행을 기다리던 유성은 그중 한 남자를 도와주는 대신 영혼 스무 개를 달라는 제안을 한다. 한편 학교에는 숲 근처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괴소문이 돌고, 마을은 빙어 축제를 준비하느라 떠들썩한 와중 유성과 그의 친구들은 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게 된다. 행사장의 미술 전시를 둘러보던 유성은 한 그림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자마자 술법에 휘말려 곁에 있던 다현과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편 「여우의 밤」과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전편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다. 1000살이 넘은 탓에 관록과 여유가 느껴지다가도, ‘나는 쿨한 여우니까’, ‘나는 멋쟁이 여우거든’ 하며 뻐기는 개구쟁이 같은 면모를 보일 때면 일견 귀엽기까지 한 여우신과 그의 주변인물들이 낮과 밤의 경계를 오가며 펼치는 모험담이 흥미진진하다. 봄의 청사초롱과 늑대의 출몰과 술법이 걸린 그림 등 전혀 다른 것처럼 얽혀 있던 이야기들은 결말에서 한 방에 풀어진다. 인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장 여우와 그의 어린 친구들이 펼칠 다음 모험담이 기대된다.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