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새가 되고 싶었다. 부드러운 깃털 가득한 날개를 단단한 부리로 정갈하게 다듬고 누구든 매혹될 만큼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복숭아색 머리카락을 거울 앞에서 빗어 내리고, 지난밤에 골라 깨끗하게 다려두었던 옷을 걸쳤다. 세 살 위의 누이는 계집아이도 아니고 뭘 그리 유난을 떠느냐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러면 그늘의 어둠을 닮은 검푸른 눈으로 그녀를 흘기는 것이다. 치장을 하는 일이 여자들만의 일이라고 누가 정해 두었단 말인가. 사내라도 아름답고 싶은 이가 분명 있는 것을. 그러는 누이는 그리 신경을 쓴 일이 있느냐고 악을 써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난 오라버니가 단장하는 게 좋은 걸. 이른 새벽에 깨어 깃을 정돈하는 새 같아.”
쌍둥이 누이동생은 그러면서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붉은 나비가 달린 뒤꽂이를 제 오라비의 복숭아색 머리카락 사이에 꽂아주는 것이다. 그는 거울 너머로 누이동생을 보며 싱긋 웃어 주었다. 그가 특별히 사람을 가리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비가 다른 세 살 위의 누이보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 누이동생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테다.
손윗누이는 볼을 부풀렸다.
“그래, 너희끼리 그리 돈독히 지내려무나. 난 어머니께 이번엔 쌍둥이 아닌 동생 하나 더 낳아 달라 해야겠다.”
“아이, 언니. 어딜 가요. 저랑 같이 놀아요.”
누이동생은 까르륵 웃으며 그녀를 종종종 따라갔다. 소년도 그녀들의 잘게 부스러지는 웃음소리에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누이동생은 누구든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소년 역시 그녀를 매우 아꼈다. 어디 계신지, 과연 이 세상에 살아 있기는 한 건지 알 수 없는 아버지를 대신하여서라도 그녀의 웃음은 지켜주고 싶었다. 큰 누이야 누가 대담하게 건드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누이동생은 무척 여린 아이였으니까.
소년은 다시 거울을 돌아보았다. 어린 소년의 말간 얼굴이 맨들맨들한 유리 위에 그려지었다. 소년은 제가 지금껏 가장 마음에 들어 하던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 하루도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하루가 될 수 있을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