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배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나도 감찰을 맡게 되어 조언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냥 선배가 보고 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국의 전투력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뭘까요? 라는 질문을 했다. 선배는 즉답했다.
“파벌.”
“파벌이요?”
“사내정치라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인가 하고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자 선배는 술을 삼키더니 탁자를 박살 낼 듯이 컵을 호쾌하게 내려내고 말한다.
“너 포메이션4 알지?”
“예. 물론이죠.”
“포메이션 4 도입 이후 사망률의 변화는?”
“극적이었죠. 7%p. 물룐 계산법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제임스-카니어 셈법으로 따지면…”
선배는 말을 자르면서 말한다.
“그래 그래 그 정도는 쉽게 대답하는 엘리트라 이거지?”
“예? 아 저.”
선배는 내 등을 팡팡 치며 말한다.
“야 감찰은 다들 미워하는 자리라고. 너 스스로라도 널 사랑하란 말야!”
“저 선배 그런데 파벌이랑 포메이션4가 어떤 관계가 있나요?”
“너 포메이션 스티븐 알지?”
“그 구식 포지셔닝 말씀입니까?”
“포메이션 워필드는?”
“그래도 좀 나은 포지셔닝이긴 하죠.”
“그럼 왜 포메이션 4는 숫자일까?”
“병사 네명이 들어가서요?”
“그럼 포메이션 스티븐은 포메이션 6라고 해야지. 워필드도 5라고 하고. 그렇게 부르면 꼰대들이 웬갖 지랄을 한단 말야.”
선배는 옛 상관의 성대모사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옛 장성들의 위대함을 모르고 하여간 한심하단 말이야. 낄낄 들으면서 웃고 있자니 선배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포메이션 마리아. 그게 진짜 이름이야.”
“와 왜 저는 그렇게 배우지 못했을까요?”
“마리아는 전쟁중에 실력으로 승진했거든.”
“설마 자기 파벌이 없어서…”
“사정 다 알면 일 못 한다.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