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왕의 무리 오콜롬, 즉 한때 서부 대초원을 온통 제패했던 막강한 버펄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힘이 센 700여 마리의 오콜롬 무리는 천하무적의 거대한 털투성이 짐승들이었다. 그들의 서식지는 인디언들에게도, 작은 무리의 들소들에게도, 그리고 황야를 떠돌아다니는 온갖 야생 짐승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감히 제왕의 부족을 괴롭히거나 방해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다크트는 오콜롬의 첫 번째 왕이었다. 종족 가운데 가장 사납고 박식했던 그는 무리를 일으켰고, 무리의 활동을 지도할 법을 만들었으며, 무리가 대초원의 중심 세력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무수한 전쟁과 위기를 이겨내고 백성을 이끌었다.
다크트에게도 물론 적이 있었다. 심지어 제왕의 부족 내에서조차 말이다. 다크트가 늙어감에 따라 그가 대초원의 악령인 파그샤트와 손잡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래도 그 거짓 소문을 실제로 믿는 자는 없었고, 실제로 믿었던 자들도 다크트 왕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을 따름이었다.
이 독재 군주의 시대는 오콜롬 무리에게 있어서 번영의 시절이었다. 여름에 그들이 풀을 뜯는 목초지는 풍족하고 싱싱한 풀들로 가득했고, 겨울에는 왕이 산속 깊이 숨어 있는 비옥한 계곡으로 백성들을 이끌었다.
세월이 흐르자 이 위대한 지도자도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는 전투와 싸움을 멈추고 평화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그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명한 징후였다. 때로 그는 몇 시간씩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꼼짝 않고 서 있곤 했다. 위엄은 한풀 꺾였고, 쉽게 역정을 냈으며, 한때 절로 주목하게 만들었던 빈틈없던 눈은 침침하게 생기를 잃었다.
왕권을 갈망했던 여러 젊은 황소들은 다크트가 죽기만을 기다렸다. 몇몇은 끈기 있었고, 몇몇은 성급했다. 무리 전체에 흥분된 기류가 흘렀다.
그러다가 어느 봄날 아침, 무리가 새로운 목초지를 향해 행진할 때 늙은 왕이 뒤처지기 시작했다. 무리는 왕이 없는 것이 아쉬워서, 황소 바라그를 언덕 너머로 보내 왕을 찾아보게 했다. 이 전령사가 평원의 둔덕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돌아온 것은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왕은 돌아가셨소.” 무리 한 가운데로 조용히 걸어오며, 황소 바라그가 말했다. “세월이 결국 그분을 덮치고 말았습니다.”
오콜롬 무리는 그를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런 후 누군가가 말했다. “당신 뿔에 피가 묻어 있군, 바라그. 풀에 깨끗이 씻어버리질 못했군그래.”
바라그가 사납게 돌아섰다. “옛날 왕은 돌아가셨소. 지금부터 내가 왕이오!”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무리는 움찔움찔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젊은 황소 네 마리는 묵묵히 자칭 왕이라는 바라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그들을 단호한 눈초리로 응시했다.
물론 도전하는 자가 있으리라 예상은 했었다. 무리의 누구라도 오콜롬의 통치권을 두고 싸울 수 있는 것이 법이었다. 하지만 왕으로 모시라는 그의 주장에 감히 반기를 드는 놈들이 넷씩이나 된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황소 바라그는 쇠약해진 늙은 왕을 죽이는 비겁한 행동으로 죄를 짓긴 했다. 하지만 그는 싸울 수 있었고, 또 싸웠다. 무리가 열띤 관심으로 그 엄청난 시합을 지켜보는 동안, 힘이 넘치는 젊은 황소들이 연달아 그에게 덤벼들었다.
바라그는 무리 사이에서 그다지 인기가 높지는 않았지만, 다들 그의 용맹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구경꾼들이 보기에, 그는 보이지 않는 힘에게서 신비로운 능력을 전해 받은 듯했다. 그들은 경외심을 담아 서로 속닥였고, 그 웅성거림 속에는 무시무시한 파그샤트의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네 마리의 황소 가운데에서 무리의 절반 정도가 자랑스레 여겼던 마지막 황소마저 바라그의 발치에 쓰러졌다. 승리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오콜롬의 왕이다! 감히 나의 통치에 반기를 들 자 누가 있느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런 후 낭랑한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도전하겠어요!” 그리곤 잘생긴 수컷 황소가 바라그 앞으로 천천히 나오더니 당당하게 그와 맞섰다. 군중들 사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곧 고함이 되어 울렸다. 그 소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애정과 두려움이 뒤섞인 외마디 소리와 함께 어린 황소의 어미가 그의 곁으로 달려 나왔다.
“안 돼, 안 된다, 오크누! 싸우지 말아라, 우리 아가. 그러면 죽음뿐이다! 봐라, 바라그는 너보다 몸집이 두 배는 크다. 그가 오콜롬을 통치하게 해라!”
“하지만 저는 다크트 왕의 아들이니, 제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 게 도리에 맞습니다.” 자긍심으로 고개를 번쩍 들며 오크누가 말했다. “바라그는 침입자입니다! 그에게는 왕실의 피가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너보다 몸집이 두 배는 커! 그는 악령과 손을 잡고 있단다. 그와 싸우는 것은 패배와 죽음만을 의미해!”
“그는 살인자예요! 그는 자신이 모시던 왕을, 내 아버지를 죽였어요!”
“됐다!” 범죄자로 지목된 황소가 호령했다. “나는 전왕의 버릇없는 자식을 입 다물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싸워보자꾸나.”
“안 되오!” 그때 늙은 황소가 무리에서 나오며 외쳤다. “오늘은 오크누가 싸울 날이 아니오. 바라그와 맞서기엔 너무 어립니다. 하지만 오크누도 자랄 것이오. 그가 몸집에서나 힘에서나 동등해졌을 때, 오콜롬 무리 가운데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두고 싸울 것이오. 그동안 우리는 바라그를 왕으로 생각하겠소!”
부족 전체에서 승인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고, 혼잡한 와중을 틈타 선왕의 늙은 아내는대담한 아들을 군중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갔다.
바라그는 왕이 되었다. 그는 오콜롬 무리, 종족 가운데 가장 강한 이 무리의 환호를 받아들였다. 그의 야망은 마침내 실현되었고, 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다. 그는 덤비는 상대마다 족족 기이한 힘을 과시하며 무찔렀다. 바라그는 왕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통치자로서 전장에서 벗어나 신선한 목초지로 추종자들을 이끄는 동안에도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는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았던 늙은 왕의 아들 오크누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크누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했고 싸움 경험도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를 살해한 자와 마주 섰을 때 어린 왕자가 보여주었던 눈빛은 바라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어린 황소는 자랄 것이고, 때가 이르면 다크트만큼이나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 자란 다음에는 오콜롬의 통치권을 두고 싸우려 들 것이었다.
바라그는 그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