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요정들

  • 장르: 판타지 | 태그: #환상문학 #단편 #루트비히티크
  • 분량: 110매
  • 소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엽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인 루트비히 티크의 작품 「꼬마 요정들」은 독일 최고의 창작 동화로, 꼬마 소녀 마리와 요정들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요정 세... 더보기

꼬마 요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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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마 마리는 어디에 있지?” 아버지가 물었다.

“이웃집 아이와 풀밭에서 놀고 있어요.” 어머니가 대답했다.

“멀리 나가서 길을 잃거나 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 애들이란 노는 데 정신이 팔리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니까.”

어머니가 아이들을 찾아 오후 참을 가져다 주었다.

“따뜻하네요.” 이웃집 소년이 말했다. “마리가 붉은 체리를 따고 싶대요.”

“조심해라, 얘들아. 집에서 너무 멀리 가거나 숲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아빠와 나는 들일을 나갈 거란다.”

꼬마 안드레스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숲은 무서워요. 사람들이 근처에 있는 여기 집 옆에만 앉아 있을게요.”

어머니는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남편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문을 잠근 다음, 일꾼들을 지켜보고 베어놓은 건초 더미를 살피러 밭으로 향했다.

이들의 집은 초원의 작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집과 과일 화원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한 말뚝이 동그랗게 쳐져 있고 작은 마을이 저 아래쪽까지 뻗어 있으며 반대편에는 백작의 성이 있다.

마틴은 이 귀족의 농지를 대부분 소작하면서 아내와 외동딸과 더불어 부족하지 않게 생활을 꾸려 나갔다. 토지는 비옥했고 백작도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서 마틴은 해마다 조금씩 돈을 저축했고, 머지않아 자기 땅을 사 농사도 지을 터였다.

아내와 밭으로 향하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활기차게 말했다. “예전에 살았던 곳과 이곳을 비교해 봐, 브리지타. 얼마나 풍경이 다른지!

여기는 사방이 생기 넘치지 않아? 마을 전체가 풍성한 과실수로 꾸며져 있고, 땅은 아름다운 약초와 꽃으로 가득하잖아.

집집이 모두 밝고 깨끗한 데다가 사람들도 여유가 있지. 난 이곳의 나무들이 어느 곳보다도 싱싱하다고, 하늘도 가장 푸르다고 자부할 수 있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이 윤택한 땅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되지.”

그러자 브리지타가 말했다. “그리고 개울을 건널 때마다 말예요. 당신은 다른 세상으로, 모든 것이 황량하고 메말라 있는 세상으로 건너가는 것 같다고 말하겠죠?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온 나라를 통틀어 우리 마을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저 전나무 숲만 빼면 말야. 저 숲만은 이 화사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아. 슬쩍 쳐다봐도 얼마나 음침하고 무시무시한 곳일지 알 수 있지. 나무들 너머 그을은 오두막과 거무죽죽한 전나무들하며, 깊은 시름에 잠긴 듯 둔하게 흘러가는 개울물하며…….”

“맞아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이유 없이 서글프고 우울해지는 곳이죠. 어떤 사람들이기에 저런 곳에서 우리와는 담을 쌓고 살까요, 꼭 악한 마음이라도 품고 있는 것처럼?”

“끔찍한 사람들일 거야. 아마도 이곳에 창고와 은신처를 마련해 두고, 다른 지역에 가서 도둑질하고 사기 치는 떠돌이들이겠지.”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라, 그 모습이 부끄러워 숨기는 건지도 몰라요. 아무튼 섣불리 험담해서는 안 되겠죠. 교회에 가지 않는다는 것만 빼곤 저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쓸모라곤 없어 보이는 조그마한 채소밭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 테고, 변변한 들판도 하나 없잖아요.” 동정하듯이 브리지타가 말했다.

“하느님만이 아시겠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사는지는 말야. 인간이라면 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지. 저들이 살고 있는 땅은 해괴한 주문에 걸린 유배지 같아. 제아무리 무모한 사람이라도 갈 엄두를 못 내거든.”

벌판을 걸으면서 그들은 그곳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부가 이야기하던 그곳은 마을과 떨어져 있었다. 전나무들이 에워싼 작은 골짜기 안쪽으로 조그만 오두막 한 채와 폐허가 된 창고들이 여러 채 보였다.

건물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법이 거의 없었고,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는 적은 더더욱 없었다. 때로 호기심을 못 참고 가까이 다가갔던 사람들이 목격한 것이라곤 오두막 앞 의자에서 누더기를 걸친 흉측한 여자들이 지저분하고 못생긴 아이들을 안고 어르는 모습, 그 아래위로 뛰어다니는 까만 개, 그리고 저녁에 개울 다리를 건너 오두막 안으로 사라지는 괴물 같은 몸집의 남자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밖에 피워놓은 모닥불 주변을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여러 형체들이 눈에 뜨이기도 했다. 전나무 숲과 다 쓰러진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조그만 땅은 마을의 초록빛 풍경, 하얀 집들, 그리고 백작이 새로 지은 장엄한 성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두 꼬마는 이제 과일까지 모두 먹어치웠다. 문득 달리기경주를 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작고 재빠른 마리가 굼뜬 안드레스를 늘 앞서곤 했다.

“이건 불공평해!” 안드레스가 외쳤다. “장거리 경주를 하자. 누가 이기는지 두고 보자고.”

“원한다면! 저 다리만 건너지 않으면 돼.”

“거긴 안 가. 거기 말고 저기. 여기에서 400미터쯤 되는 언덕 위에 커다란 배나무가 한 그루 있지? 난 전나무 숲 왼쪽으로 달릴 테야. 넌 오른쪽 들판으로 달리면 돼. 그러면 언덕에 오를 때까지 서로 만나지 못하겠지. 우리 둘 중 누가 더 빠른지 보자. “

“좋아!” 외치면서 마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가는 길에 서로 방해되지도 않을 거고, 아빠도 언덕까지는 그 떠돌이들의 집 쪽 길이나 이쪽 길이나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지.”

안드레스는 이미 출발했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 마리에게는 더 이상 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야. 마음만 다잡고 다리를 건너 오두막과 마당을 질러가면 이길 게 뻔하잖아.”

그녀는 이미 전나무 숲 개울 옆에 서 있었다.

“괜찮을까? 아냐, 너무 무서워.”

작고 하얀 개 한 마리가 개울 저쪽에서 목청껏 사납게 짖어댔다. 두려운 나머지 마리는 그 개가 괴물이나 되는 듯 얼른 물러섰다.

“휘! 휘, 저리 가!” 그녀가 외쳤다. “여기 서서 고민하는 동안, 지금쯤 그 멍청이는 절반은 갔겠다.”

작은 개는 계속 컹컹댔다. 용기를 내어 바라보니 개가 더 이상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꽤 귀여웠다. 목에는 반짝이는 빨간 방울 목걸이가 걸려 있어, 고개를 들거나 몸을 흔들 때마다 딸랑거리는 예쁜 방울 소리가 났다

“흠, 모험을 해보는 거야! 목숨을 걸고 달리자. 빠르게 뚫고 나가 천국까지 가는 거야. 누구도 30초 만에 날 산 채로 잡아먹을 수는 없을 테니까!” 용기 백배한 작은 소녀는 다리를 건너 개를 지나쳐 계속 달렸다. 개는 이제 짖기를 멈추고 꼬리를 치며 따라왔다. 순식간에 마리는 개울 건너편 둑에 이르렀고, 사방으로 솟은 검은 전나무들이 집이며 풍경들을 가렸다.

하지만 막상 들어서고 나니 얼마나 놀랍던지! 정말로 사랑스럽고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화원이 펼쳐졌던 것이다. 튤립이며 장미, 백합들이 생생한 빛깔을 뽐내며 반짝였다.

청색과 붉은빛이 도는 금빛 나비들이 꽃덤불 위를 훨훨 날아다녔고, 과일 나무에는 철사로 만든 빛나는 새장이 매달려 있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알록달록한 새들이 들어 있었다.

그 주변에는 짧은 흰색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이 눈을 빛내고 노란 머리를 나부끼며 뛰놀았다. 어떤 아이들은 새끼 양과 장난을 쳤고, 어떤 아이들은 새에게 모이를 주거나 꽃을 꺾어 서로에게 선물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체리며 포도, 불그스름한 살구를 따먹었다. 오두막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대신 놋쇠 문과 고상한 조각상들이 있는 크고 말끔한 집 한 채가 공터 한가운데에 눈부시게 빛을 내며 서 있었다.

마리는 놀라 얼이 빠졌고,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수줍어하지 않고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반짝이는 아이가 물었다. “그럼, 넌 우릴 방문한 거구나? 저 건너편에서 네가 뛰노는 것을 보았어. 하지만 넌 조그만 우리 개를 보고 무서워했지.”

“그러니까 너희들은 떠돌이나 악당이 아니었구나. 안드레스는 늘 그렇게 말했는데. 그 애는 멍청한 데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지하게 떠들어댄다니까.”

“우리랑 함께 지내요.” 한 꼬마 소녀가 말했다. “당신도 재미있어 할 거예요.”

“하지만 우린 달리기 경주를 하던 참이었는데.”

“당신 친구는 곧 찾게 될 거예요. 저걸 따서 먹어 봐요.”

마리는 그 과일을 따먹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맛봤던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했다. 그 순간 안드레스며 경주며 부모님의 당부는 모조리 잊어버렸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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