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리는 손
## 1일차
알람은 소리가 아니라 진동이었다. 지하에는 소리가 잘 안 죽어서 위층까지 올라간다고 관리인이 말한 적이 있었고 그 뒤로 진동으로 바꿨다.
일어나서 물을 틀었다. 처음 십 초는 갈색이 섞여 나오고 그다음부터 맑아지는데 오늘은 조금 더 걸렸다. 위쪽 배관 어딘가가 또 상한 모양이었다.
찬장에서 통조림을 꺼냈다. 가공육이었고 열자 기름막이 표면에 하얗게 굳어 있었다. 숟가락으로 걷어내고 데우지 않은 채 먹었다. 데우면 냄새가 방에 배고 지하는 환기가 안 돼서 사흘은 갔다.
알약은 네 개였다. 칼로리,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 물과 함께 넘기면 목구멍에서 한 번씩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매번 세 번째 것이었다. 이번에도 세 번째에서 걸려서 물을 더 마셨다.
가방에 에너지바 두 개를 넣고 나왔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은 스물여덟 개였고 올라오면 공기가 달라졌다. 지하는 곰팡이 냄새, 지상은 탄 기름과 쇠 냄새.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었다.
진료소까지는 걸어서 이십 분이었다. 골목 하나를 지나면 전날 밤에 뭔가 있었던 자리가 나왔다. 바닥이 젖어 있고 물로 씻어낸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 옆에 회수 차량 표시가 분필로 그려져 있었다. 이 동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여덟 시간 안에 부품 회수반이 왔다. 쓸 만한 이식체는 떼어 가고 나머지는 자원으로 넘겼다. 장례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건물은 다른 것들과 붙어 있지 않았다. 양옆으로 무너진 자리가 있어서 그대로 두었다고 했고 그래서 여기가 정해졌다. 사람이 몰리지 않고 들어오는 길이 하나뿐이라 민표 쪽에서 지키기 편했다.
문을 열자 안이 차가웠다. 난방을 밤새 꺼두는데 아침마다 손이 굳어서 십 분쯤 물에 담가야 했다.
“오셨습니까.”
단주가 이미 와 있었다. 손에 명단을 들고 있었고 종이가 아니라 얇은 판이었다.
“셋이요. 하나는 팔입니다.”
“들여보내.”
남자가 오른팔을 왼손으로 받쳐 들고 들어왔다. 앉히자 단내 섞인 냄새가 올라왔다.
“소매.”
천이 살에 붙어 딸려 올라갔다. 남자가 이를 물었다. 팔꿈치 아래, 살과 금속이 만나는 둘레가 검었고 손끝을 대보니 그 자리만 차가웠다. 위쪽은 뜨거웠다.
“언제부터요.”
“…나흘쯤.”
손가락을 위로 옮겨 눌렀다. 남자가 움찔했다.
“여기는.”
“모르겠습니다.”
“열은요. 밤에 오르던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나흘이라기엔 색이 너무 올라와 있어서 더 됐는데 줄여 말하는 건지 처음부터 시술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물어봐야 답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 더 묻지 않았다.
이런 이식체는 살점거리에서 오는 것이고, 값이 싼 것일수록 스스로 부품을 바꾸면서 자리를 넓혀 갔다. 처음에는 팔꿈치 아래만 쓰다가 어느 날 어깨까지 저릿하고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그걸 자기 팔이라고 부르게 되는 식이었다.
가위를 들자 단주가 반걸음 물러섰다.
“어깨 눌러.”
죽은 살을 자르기 시작하니 냄새가 진해졌다. 남자는 숨을 참았고 참다가 코로 길게 뱉었다. 뱉을 때마다 어깨가 흔들렸다.
“쉬어요.”
“…예.”
잘린 자리에서 피가 비쳤다. 여기서 멈추면 남은 게 도로 썩을 수 있고 더 자르면 손가락이 안 움직일 수 있는데 어느 쪽인지 알 방법이 없어서 손이 하는 대로 두었다.
세척액을 붓자 남자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짧고 낮았다.
봉합은 바깥쪽부터 갔다. 여섯 바늘로 막고 보낸 자리가 사흘 뒤에 터져서 돌아오는 걸 몇 번 봤고 그 뒤로는 여덟 바늘을 갔는데, 마지막 두 바늘은 안쪽으로 넣어 당겼다. 시간이 십 분쯤 더 걸렸다.
“닷새 뒤에.”
남자가 팔을 받쳐 들고 나갔다. 문 닫는 손이 떨렸다.
닷새 뒤에 오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는데, 안 오는 편이 나은 경우가 더 많았다.
두 번째는 여자였다. 손목을 잡자 뼈가 바로 만져졌다.
“뭘 먹어요.”
“먹어요.”
“뭘요.”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영양제를 놓았다. 혈관이 가늘어서 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이걸 놓는다고 오늘 저녁에 먹을 것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놓는 동안 스쳐 갔다.
나가기 전에 알약 한 통을 쥐여 줬다. 내 몫이었고 사흘치였다.
세 번째는 곪은 시술 자국이었다. 어깨 뒤쪽이었는데 자기 손이 안 닿는 자리라 그냥 두었다고 했다. 째고 짜냈다. 고름이 나오는 동안 남자가 벽을 봤다.
“뒤쪽은 안 보여서 몰랐습니다.”
“덮을 거예요. 사흘은 물 닿지 않게 하고.”
“예.”
덮고 나서 한 번 더 눌러봤다. 아직 안쪽에 남은 게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열고 짰다. 남자가 숨을 들이켰다.
“한 번만 더요.”
이십 분이면 끝날 걸 사십 분 했다.
점심은 에너지바였다. 씹으면 처음에는 단맛이 나고 끝에 쇠맛이 남았다. 물로 넘기고 손을 씻었다.
오후에는 넷이 더 왔다. 하나는 손가락이 부러진 아이였고 부모는 없었다. 하나는 눈에 넣은 것이 밀려 나오기 시작한 노인이었는데 이건 내가 손댈 수 있는 게 아니라 살점거리로 보내야 했고 그쪽 값이 얼마인지는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해가 기울 때 민표가 왔다. 담배 냄새가 같이 들어왔다.
“이번 달 몫입니다.” 얇은 판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선생님 덕에 애들 죽는 게 줄었어요.”
“덜 다치게 하세요.”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그가 웃으며 담배를 껐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계신 거지.”
민표 쪽에서 오는 사람은 따로 명단을 안 거쳤다. 그 대신 나는 여기 있을 수 있었고 밤에 문을 잠그고 자도 아무도 안 열었다.
“오늘 회수반이 골목에 왔던데.”
“아, 그거요.” 민표가 문 쪽을 봤다. “우리 쪽 아닙니다.”
그가 나가고 창을 열었다. 저녁 공기가 들어왔고 길에는 사람이 많았다.
창턱에 팔을 얹었다. 저 사람은 왼쪽으로 기울고 저 사람은 기침을 하는데 가래가 없고 저 아이는 괜찮았다. 괜찮은 걸 확인하면 눈이 다음으로 넘어가서 다음 사람을 보고 그다음 사람을 보다가 한참이 지났다.
창을 닫고 손을 씻고 불을 껐다.
돌아가는 길에 아침의 그 자리를 다시 지났다. 물 자국이 말라 있었고 분필 표시도 지워져 있었다.
집에 내려가 통조림을 하나 더 열었다. 이번에는 데웠다. 냄새가 방에 배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 2일차
새벽에 진동이 아니라 소리가 왔다. 단주였다.
“선생님. 지금 나오셔야 합니다.”
“몇이요.”
“모릅니다. 세는 중입니다.”
옷을 입는 동안 통조림 뚜껑이 열린 채 탁자에 있는 게 보였고 어제 데운 것이 그대로였다. 알약은 넘기지 않고 나왔다.
차량 안에서 단주가 말했다.
“거기 창고 쪽입니다. 새벽 두 시쯤에 터졌다고 합니다.”
“뭐가요.”
“모릅니다.”
밖이 아직 어두웠고 창에 김이 서려서 손으로 닦았다. 골목을 두 개 지나자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탄 냄새인데 기름 탄 것과는 달랐다. 단내가 섞여 있었다.
내려서 걸었다. 바닥이 축축했고 신발 바닥에 뭔가 밟혔다.
조명은 몇 개 세워져 있었지만 방향이 제각각이라 빛이 닿는 자리와 안 닿는 자리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서 있었고 아무도 말을 크게 하지 않았다.
“산 사람부터요.”
가까운 쪽부터 갔다. 첫 번째는 아직 숨이 있었다. 배 쪽이 열려 있었는데 손을 대보니 안쪽이 이미 식어 있었다. 이건 옮기는 도중에 끝난다.
“이쪽은 두고.”
두 번째는 다리였다. 무릎 아래가 없었는데 위쪽 혈관이 스스로 조여져서 피가 많이 안 나오고 있었다.
“묶어. 여기, 이 위.”
단주가 천을 감았다.
“차에 실어.”
세 번째, 네 번째. 네 번째는 등에 파편이 박혀 있었고 뽑으면 안 되는 자리였다. 그대로 두고 옆으로 눕혔다.
다섯 번째부터는 죽은 쪽이었다. 손을 대보고 넘어가고 손을 대보고 넘어갔다. 이 사람은 아니다, 이 사람도 아니다.
여덟 번째에서 손이 멈췄다.
팔이었다. 팔꿈치 아래가 검고 그 위로 봉합선이 있었는데 바깥쪽 여섯 바늘 안쪽으로 두 바늘이 당겨 들어가 있었다. 이 동네에서 이렇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봤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봉합선을 다시 봤다. 실이 그대로였고 부어 있지 않았다. 잘 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