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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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에는 범죄와 관련하여 잔혹한 묘사 및 원색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 전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본 소설은 창작된 허구이며, 실제 인물, 지역, 사건과 무관합니다.

***

#1. 물음

시작은 사소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나의 행동은 사소하지 않았다.

나는 궁금했다. 정말 너무 궁금했다.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귀신은 정말로 존재할까?

#2. 묻음

삽으로 땅을 판다. 군대에서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해본 짓이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해보려니 영 손에 안 익어 애먹었다. 그래도 평소에는 총기 다루는 법을 잊고 있다가 예비군 가서 다시 총기를 잡으면 그때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듯이, 삽질도 몇 번 하는 사이에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의 감각을 살려 익숙한 박자를 타고 흙을 퍼냈다. 반복된 작업 속에서 어깨와 팔 근육에 뻣뻣한 통증이 느껴지고 입고 있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기분 나쁘게 축축했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오늘 작업을 여기서 멈추고 내일로 미룬다면, 저 시체는 그동안 어디에 어떻게 둔단 말인가?

‘바로 옆에 두고 있으니 섬뜩하긴 하네.’

나는 등 뒤에 놓인 시체를 흘끗 쳐다보며 생각했다. 시체는 미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닐로 꽁꽁 싸인 채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비닐을 하도 꽁꽁 싸매서 거의 하얀 붕대처럼 보였고, 군데군데 짙은 갈색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비닐은 죽인 후 바닥의 핏자국을 쉽게 치울 수 있도록 바닥에 깔아놓은 것이었다. 비닐 위에서 죽이고, 그 비닐로 시체를 둘둘 말고, 통째로 매장지까지 끌고 오면 끝.

‘조금만 기다리세요, 귀신이 되어서 저 만나기 전에 괜히 사람들한테 발견되어서 경찰이 오면 안 되거든요.’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마저 땅을 팠다. 그 뒤로 얼마나 많은 흙을 더 파냈을까, 구멍이 적당한 폭과 깊이로 파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삽을 옆에 내동댕이치다시피 했다. 팔이 후들후들 떨렸고 어깨는 얼얼했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의 삽질에 체력이 거의 떨어져 기진맥진이었다. 눈앞이 핑 돌았다. 당장이라도 이 차가운 흙바닥 위에 발라당 누워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시체를 옆에 두고 세상 모르게 잠에 들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감각도 잘 안 느껴지는 손으로 양볼을 찹찹 때렸다. 올림픽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멘탈 관리를 할 때 그런 행동을 하는 걸 TV를 통해 몇 번 본 적 있었다.

‘좋아요, 이제 저 안에 눕혀드릴게요.’

나는 비닐에 둘둘 말린 시체의 다리 쪽을 붙잡고 속으로 다시 말했다. 하지만 팔에 힘이 잘 안 들어갔던 터라 시체를 바닥에서 거의 들지도 못 하였다.

‘아, 무겁긴 더럽게 무겁네.’

나는 그 얼마 안 되는 거리를 한참동안 끙끙대며 이동했다. 처음엔 시체를 당겨서 질질 끌고 가려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옆으로 돌아가 시체를 조금씩 밀었다. 구멍에 거의 도착했을 땐 시체를 손으로 밀 힘도 없어서, 발로 차 구멍에 굴려 넣었다.

“분하면 찾아오시던가.”

나는 구멍 속 시커먼 어둠에 반쯤 잠긴 번데기 모양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부디 그 고치가 귀신이라는 나비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주길 바라며.

#3. 물음

그러나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는 법이 없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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