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세온 – 이곳은 아닙니다

  • 장르: SF, 기타 | 태그: #소일장 #무대에오르다 #루세온 #사후재생체 #좀비 #바이러스
  • 평점×65 | 분량: 48매
  • 소개: 무조건 막아야 한다. 아파트 단지 앞에 사후재생체 관리센터가 웬말이냐. 브릿G 9주년 앤솔러지 「아홉수는 환불 불가! 」수록작 「무대에 오르다 」소일장 참여작. 루세온 세계관. 더보기

루세온 – 이곳은 아닙니다

미리보기

20여년 전 세계를 강타한 루세온-β 바이러스를, 대한민국의 한 제약회사가 만든 백신이 이겨냈다. 굴지의 제약회사 메디코젠랩이 만든 백신은 루세온-β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켜냈고, 인간은 더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연은 방법을 찾아냈다. 백신이 보급되자 루세온-β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몸속에 죽은 듯이 잠복해 있다가 숙주가 죽고 나서야 깨어났다.

문제는, 죽어있는 숙주도 같이 깨웠다.

영락없는 좀비같은 모습 때문에, 재생체의 출현 초창기에는 모조리 화장을 강행했다. 재생체가 돌아다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먹지 못한 그들은 이내 곧 조용히 식었다. 재생체들을 데려가 가두고 굶긴다. 그렇게 차가워질 때까지 고요히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익숙한 모습의 시신이 되면 장례와 화장을 위해 유족들에게 다시 인계한다. 그것이 당시 명칭으로 사후변성체 관리센터, 사후재생체 관리센터의 초기 역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생체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물론 재생체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움직이는 시체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유족들이, 그 다음은 인권단체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 때 세상을 구했던 제약회사 메디코젠랩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루세온-β 바이러스로 깨어난 죽은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보겠다고 했다. 치매를 정복하기 위해 연구하던 약물을 바탕으로 재생체들의 인지 능력을 되살릴 것입니다, 죽음에서 돌아와 깨어난 자들은 다시 우리와 같아질 것입니다- 라고.

죽었던 이들이 다시 살아온다. 인지 능력을 갖추고 다시 돌아온다. 국가의 노동력이 될 수 있다. 심각하게 저조한 출산율과 맞물려 국가의 전략사업이 되었다. 재생체는 귀중한 국가의 자원이다. 함부로 소각하지 말라. 재생체들은 체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할 것이다.

전국 곳곳에 사후재생체 관리센터들이 확장 건설되었다. 이제 사람은 죽으면 묘지가 아니라 재생체 관리센터로 간다. 거대한 수용소 안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주는 고기를 먹으며, 썩지 않는 시체로서 죽음을 생명 삼아 다시 돌아올 날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장장 20년이 지났다. 세상을 구한 제약회사도 재생체를 지성체로 돌려놓진 못했다. 재생체가 인지능력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시적인 효과’로 정정되었다. 차라리 일말의 효과도 없는 게 나았을 것을.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하면’이라는 주문이 희망 고문이 되어,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재생체를 소각해야 한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사람이 죽으면 재생체가 되는 세상이니, 재생체를 수용할 관리센터는 갈수록 더 늘어나야 했다. 그렇게 사후재생체 관리센터는 이 시대의 새로운 공동묘지가 되었다.

그런 재생체 관리센터가 아파트 단지 앞에 건설된다는 발표가 뉴스로 나왔다. 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 뉴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