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바늘이여, 형주가 되어라

  • 장르: 역사, 일반
  • 분량: 176매
  • 소개: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더보기

가느다란 바늘이여, 형주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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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툭—.
이번에는 손목 근처가 들썩이며 이불 밖으로 깡마른 손가락이 미끄러져 나왔다. 손톱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아내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콧잔등이 닿을 만큼.
숨이 돌아온 걸까? 그러나 코끝에 미세한 바람도 스치지 않았다. 가슴께에 손을 얹어 보았다. 갈비뼈가 줄로 엮은 울타리처럼 불거져 손바닥에 박혔다. 심장이 어디 붙어 있어야 할지 손이 헤매는 동안,
그녀의 눈이—번쩍—뜨였다.
핏발 사이에 움푹 들어간 검은자위. 그 검은 것이 방 안의 모든 빛을 삼킬 듯 깊었다. 도저히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아니, 사람이었을 때의 잔광이 조금도 남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소름이 귀 뒤쪽까지 타고 올랐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