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도시

혼자 남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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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자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이미 땡볕 아래에서 한 번 쓰러진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는 몸에 힘을 완전히 빼고 콘크리트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름 응달이라 그런지 머리가 닿은 곳이 제법 시원했다. 바닥이 거칠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았지만, 익어버린 몸뚱이가 쉽게 돌아오진 않았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다시 돌아가야 했다. 복사열로 이글거리는 도로를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니. 꽁치 통조림 하나와 신라면 한 봉지가 아직 남았기에, 돌아갔다면 하루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우산이라도 챙겨서 햇빛을 피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 모든 건 의미 없는 가정이다. 후회의 결론은 언제나 하나였다. 생각을 거듭하면 할수록 모두가 떠날 때 함께 가지 않은 나의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잘못을 뉘우친다고 해서 여길 떠날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나를 데려갈 리는 없었다. 쓸데없이 힘만 빠질 뿐이다.

아지랑이로 일렁거리는 시야에 말인지 소인지 모를 형태의 동상이 보였다. 십 년 전만 해도 세금 낭비라고 비웃었던 조형물이 이렇게 도움이 될 날이 올 줄이야. 세상일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물론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뿐인 도시 한가운데에서 더위로 죽어간다는 게 가장 의외였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까부터 동상이 헤드뱅잉을 하는 것 같았고, 합을 맞춰 위장도 요동치는지 속이 울렁거렸다. 손목을 들어 올리자, 벌겋게 익어 있었다. 얼굴도 만만치 않게 익었을 거다.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전기가 끊겨 충전하지 못한 핸드폰은 두고 나왔고, 거울 같은 걸 챙긴 기억이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죽는 상상을 수십 번 했지만, 이런 모습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껏해야 굶어 죽거나, 그 망할 병에 걸려 죽을 줄만 알았다. 열사병이라니, 정말 우습지도 않다. 하지만 최악은 내가 이렇게 죽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는 사실이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보다 이게 훨씬 더 비참했다. 조금만 더 빨리 용기를 냈다면 여기서 혼자 죽어가지 않아도 될 텐데.

석 달 전, 전염병이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내가 사는 이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전염 경로도 치료 방법도 도통 손을 쓸 수 없으니 일단 퍼지는 거라도 막고 보자는 취지였다. 뉴스가 온통 이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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