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각시

뱀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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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동틀 녘이 되어서야 깜빡 잠이 들었던 이연은 이마에 차가운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알고 보니 뱀각시가 머리맡에 앉아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깨운 것이었다.

“식사하세요, 서방님.”

일어나 앉으니 아침상이 차려져 있는데, 고봉으로 담은 흰쌀밥에 굴비구이와 육전 그리고 여러 나물 무침이 좁은 밥상에 푸짐하게 올라와 있었다. 하나같이 이 집의 부엌에 있을 리가 없는 식재료들이었다.

“아, 아니, 부인, 이걸 어디서 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서 드시어요.”

이연은 뱀각시가 말하는 정당한 권리의 의미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몰래 훔치지는 않고 힘으로 빼앗아 왔다는 뜻일까. 혹은 그 반대의 의미일까. 의구심과는 별개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 이연은 홀린 듯이 숟가락을 들었다.

“사실 부인이 차리는 식사에는 쥐나 개구리가 올라오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내 기우였구려.”

“어머, 무슨 말씀을! 징그럽게스리.”

뱀각시가 짐짓 놀라는 척을 했지만, 이연은 분명히 보았다. 자신의 아름다운 색시가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것을.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위해 본인의 식성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준비하느라 불까지 피워 가며 애를 썼을 것을 생각하니 심장이 요동쳤다.

“이, 입을 맞추어도 되겠소?”

“식사하세요.”

“예.”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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