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死呑 – 4

  • 장르: SF | 태그: #디스토피아 #제주신화 #무속신화 #원천강본풀이 #지장본풀이
  • 평점×5 | 분량: 133매
  • 소개: ‘오늘’이 사라져 언 땅이 내리는 시대, 죽음을 삼키는 지장과 생을 느끼는 원강아미는 유일한 구호소 ‘서천생명’을 찾아 걷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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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死呑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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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장은 저를 노려보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랑 같이 가고 싶니? 길잡이가 되고 싶어?”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다. 대장은 길바닥에서 50년은 넘게 구르며 지냈다. 그는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대충 훔쳤다. 언 땅이 내리면 인간들의 관계는 뻔했다. 빌어먹는 사람과 빌붙어야 하는 사람. 그러니 대장에게 원강아미의 행위는 이모보다 자신들이 지금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대장은 웃었다.

“이 새끼 좀 똑똑하네.”

멍청하다. 원강아미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계속 몸집을 키웠던 그를 떠올렸다. 처음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은 자신만 하다가, 금세 이모만큼 커진다. 그러면 금세 천막만큼 크고, 산만큼 부풀어 오른다. 자신이 들고 있는 칼은 너무 작아서, 그의 몸에 어떠한 생채기도 낼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대장은 볼품없었다. 죄 많은 눈은 퀭했고 동상에 걸리길 반복한 볼은 힘없이 움푹 파였다. 이건 제가 상상했던 손도 대지 못하던 지옥과는 달랐다.

“저는 똑똑한데, 할머니는 멍청하네요. 저 진짜 기억 안 나요?”

이 길잡이패는 대장 한 명이 아니다. 대장 밑으로 서너 명의 길잡이가 항상 같이 다닌다. 데리고 다니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힘꾼도 딸려 있다. 전면전에서 선방은 승산 없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미친 새끼네, 이거.”

대장은 말했다. 저 나이쯤에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인다? 이유는 하나다. 대장은 오십 년 동안 길바닥에서 살던 사람의 얼굴을 모두 잊은 지 오래였다.

“내가 조각 얼굴 하나하나 기억할 만큼 여유로워 보이디? 살려 줬으면 설설 기어가면서 살 것이지, 쥐새끼 같은 게 주제를 모르고 속을 살살 긁네?”

그리고 그는 너그러운 사람도 아니었다. 이모는 작게 욕을 읊조리고는 원강아미의 앞으로 뛰었다. 저 사람 정도면 단칼에 원강아미의 숨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강아미의 혼은, 아마 이 근방에 있는 지장에게 향할 거고.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괜찮나?

이모는 왜 자신이 이따위 사실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냥 뛰었다. 이유는 하나로 좁혀졌다. 제 눈앞에서 원강아미가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