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 장르: 호러 | 태그: #감옥 #엄성용 #공포 #공포단편 #단편선 #한국공포문학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침대
  • 평점×14 | 분량: 27매
  • 소개: ‘나’는 소정의 집에서 그녀와 잠자리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처들어온 소정의 남자친구. 재빨리 침대 밑으로 숨지만, 잠시 후 소정은 남자에게 살해 당한다. 더보기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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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무슨 소리?”

“밖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

“뭐?”

순간 소정의 안색이 변했다.

“그 사람인가 봐!”

“뭐? 야간 근무라 밤에는 안 온다며?”

“그러게 말야. 하지만 이 시간에 그 사람 말고 누가 오겠어? 혹시……?”

“혹시, 뭐?”

나는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뚫어지게 소정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 사람, 우리 관계를 눈치 챈 거 아닐까? 며칠 전에 이러는 거야. 만약 딴생각 하면 함께 죽을 줄 알라고.”

그때 바깥에서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 잠갔어?”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물었다.

“응. 하지만 어떡해?”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씨발!”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이 비좁은 자취방에서 나갈 길이라고는 현관문밖에 없는데, 지금 놈이 그것을 두드리고 있으니 어쩔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한번도 놈을 보지는 못했지만, 듣자 하니 한때 폭력배였다가 지금은 소정을 위해 손을 씻고 경비업체에서 일한다고 했다.

놈은 소정을 곁에 잡아두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한 달 전에는 소정의 헤어지자는 소리에 자신의 손가락까지 잘랐다고 한다.

“침대 밑에라도 들어가, 어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거칠어지자 소정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거의 틈에 끼이다시피 하며 침대 밑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침침한 어둠과 함께 한여름 밤의 후끈한 열기가 비좁은 공간 때문에 숨을 헐떡이는 나의 전신을 덮쳐왔다.

‘씨발! 하필이면 왜 오늘이야, 왜!’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관계를 갖다 오늘 처음으로 소정의 방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일이 꼬인 것이다.

여자의 방. 게다가 그 방은 소정이 놈과 동거를 하는 공간이다. 또 조금 전 소정의 몸을 탐했던 탄력 있는 침대는 놈 역시 나 못지않게 소정을 격렬하게 탐했을 바로 그 장소다. 여자뿐만 아니라 놈의 공간마저 범한 셈이다.

그 기묘한 일탈에서 오는 스릴 덕분에 나는 방금 전의 섹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한 쾌락의 절정을 맛보았다. 본래 수컷들은 남의 것을 범할 때 더욱 크게 자극받는 법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고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하필이면 놈이 바로 이런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 소정이 황급히 옷을 추스르며 방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서는 기척이 들렸다. 둘은 잠시 밖에서 무슨 얘기인가를 나누는 듯했다.

‘제발, 이대로 돌아가. 어차피 네놈의 여자 따위를 오래 데리고 놀 생각은 없었으니까. 잠깐 재미 좀 봤을 뿐이야. 그냥 너 하나만 모르고 넘어가면 아무 일도 없는 거란 말야. 그저 바다에 배 한 척 지나간 것과 같은 이치라고.’

그때 바깥에서 다소 높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정이 뭐라고 변명을 하는 듯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기분 탓인지 언뜻 듣기로는 소정이 놈을 방에 들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그다지 소정의 말에 귀 기울이는 눈치가 아니었다.

‘씨발, 만약 놈이 방으로 들어온다면.’

그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오물을 씹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코앞에 앉아 있을 놈의 하반신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오금이 저렸지만 이 무더운 날씨에 고개조차 돌릴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밤을 지새야 한다는 것도 죽기보다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 침대 위에서 소정과 놈이 섹스라도 벌인다면?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 문 옆에 서 있다가 놈이 들어서는 순간 온 힘으로 밀치고 그대로 달아날까.’

어차피 소정이야 어떻게 되건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아니면 정면으로 부딪혀 미안하다고, 남자가 있는 줄 몰랐다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무릎이라도 꿇을까.

젠장.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침대 밑에 있어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만에 하나 놈이 방으로 들어서면 그나마 밖으로 나갈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 차라리 나가자. 설마, 놈이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내가 막 몸을 빼내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갑자기 소정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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