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뢰인에게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바로 첫 질문 만으로 점집이 용한 지 아닌 지 판별해내는 능력이다. 주말마다 카페 다니듯 점집 투어를 하는 의뢰인과 ‘최근에 신내림을 받았다는 신점 보는 점집’을 찾아 가면서 능력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고등학교는 기독교 계열 미션 스쿨 나오시고 대학에선 종교학 전공하셨던데, 원래 좀 신기 같은 게 있으셨어요?”
의뢰인은 많이 들어 본 질문에 대꾸하듯 심드렁했다.
“고등학교랑 대학교 다 성적 맞춰 들어간 건데요. 나 때는 중학교 내신이랑 고등학교 입학시험 점수 합해서 커트라인 따라서 고등학교 입학하던 시절이라. 대학도 간판 보느라 학과는 안 보고 간 거고.”
“그럼 청소년기에 많이 힘드셨겠네요.”
“아니? 매년 서울대를 스무 명씩은 보내던 명문고여서 성적만 좋으면 오케이였는데요? 성적 관리하느라 이성 교제만 쥐 잡듯 잡고 동성 교제는 신경도 안 쓰던데. 교실에서 키스하지만 않으면 안 잡더라고. 교장이 조회 시간에 기도 모임에서 남녀 학생끼리 손잡고 서로 중보기도 해 주지 말라고만 했지 여학생끼리 끌어안고 통성기도 하는 건 뭐라고 하지도 않아서.”
여학생끼리 사귈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안 해 봤구나. 의뢰인은 왠지 턱을 들고 척추를 세우고보폭을 크게 했다.
“전교 10등 안에는 들었고 종종 전교 1등도 했으니까 혹시 걸렸더라도 넘어 갔을 거예요. 성적이 방패였죠. 대학은 뭐 전공 공부 적당히 하고 연애는 열심히 하면서 다니느라 취직할 때나 힘들었죠. 면접 때 ‘종교학과 나왔는데 왜 사이비 교주 안 하고 여기 지원했어요?’ 같은 개소리를 개그랍시고 하는 면접관들 때문에.”
의뢰인은 점집에서 사주팔자를 내밀었다.
“결혼운 좀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