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평범한 이야기다. 여자라면 벽장에 넣어둔 오래된 가방처럼 하나쯤 지니고 있는 이야기.
15년 전쯤, 지금은 사라진 신촌 기찻길과 가까운 고시원에서 살 무렵. 야식을 참을 수 없는 밤이었다. 새벽 4시가 여자 혼자 나가기 좋은 시간이 아니란 건 알지만, 걸어서 3분이면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가는 길에 있는 술집 대부분이 영업 중이란 사실도 나를 안심시켰다. 이 시간이면 놀 사람들은 한창 놀고 있을 때였다. 택시를 타느니 좀 더 버티다 대중교통으로 귀가해야 합리적일 시간.
밤공기는 좋았다. 시원한 봄밤, 나는 단발이었고 9부바지에 단화 차림이었다.
“저,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