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시내 한복판의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했다. 자신을 KIM이라고 밝힌 그 남자는 대리운전 같은 것을 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쉽게 사는 방법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재규에게 물었다. 재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1980년대에 미국 JFK 심리연구소에서 무인도에 갈 때 단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겠느냐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졌습니다. 그 질문에 무려 8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게임기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다른 답을 한 사람들조차 식량과 물이 제공된다면 게임을 할 수 있는 뭔가가 좋겠다고 수긍했습니다. 이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었으니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겠지만 말이죠. 인간은 결국 게임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KIM은 재규 쪽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 80 넘어서, 눈도 침침하고 귀도 어두워진 노인들에게 게임기나 스마트폰 따위가 재미있을까요? 게다가 한도 끝도 없는 돈이 착착 쌓이고 있는 부자 노인들이라면 좀 다른 재미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다음에 KIM이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 말은 재규에겐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