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꽃을 피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정확히는 지구 식물의 꽃을 피우면 말이다. 밋밋한 흰색 벽에 빔을 쐈다. 근 삼 개월 전부터 간간히 확인하던 제1차 자청비 계획 실황 중계가 바로 화면에 보이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실황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현대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최근이기는 할 것이었다. 화면 속에서 봄이 싱긋 웃었다.
“우주정거장에서는 식목일에 지구 식물의 꽃을 피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어요. 재밌더라고요. 제 소원은 여기에서 지구 식물의 꽃을 피우는 건데, 식목일에 꽃을 피운다면 소원이 이루어진 게 먼저일까요, 아니면 꽃을 피운 게 먼저일까요?”
웃는 입매가 그린 듯이 예뻤다. 귀 뒤로 넘겨진 단발머리의 길이는 벌써 몇 년 째 그대로였다. 언뜻 보기에는 마른 몸에 웃는 모습이 예쁜 여성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봄. 여름은 봄이 비추는 낯선 행성의 풍경을 바라봤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우주를 유영하는 생활을 끝내고, 우주정거장 새한국 사람 모두가 이주할 수도 있는 곳. 흙을 비추면 지구에서는 보지 못했던 식물들이 보였다. 환경이 비슷하단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조금은 달랐지만 영상으로 봤던 지구 식물들의 모습이 조금씩은 보이는 게 신기했다.
봄은 자청비 계획이 시작됨과 동시에 홀로 낯선 행성에 보내졌다. 안드로이드를 ‘홀로’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