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명주나비

  • 장르: 로맨스, 판타지 | 태그: #타임리프
  • 분량: 101매 | 성향:
  • 소개: 다음 생에 나를 잊는다고 해도 이번 죽음은 임과 함께 이번 생에 나를 잊는다고 해도 다음 죽음은 임과 함께 더보기

꼬리명주나비

미리보기

물레는 멎어 있었다. 문틈으로 살바람이 불어 들어와 등잔불이 깜빡였다. 인혜의 손에서 가락이 굴러 떨어졌다.

인혜는 물레를 끼고 앉아 졸고 있었다. 노무에 지친 사람의 호흡은 달았다. 화광이 흐르는 뺨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의 그것처럼 보드라워 보이는 반면 치마 위로 늘어진 손가락은 거칠다 못해 엉망으로 부르터 있었다. 쪽을 진 머리카락 속으로 머리타래를 묶은 검정 비단댕기가 엿보였다.

바람이 잦아들었는지 등잔불이 꼿꼿하게 섰다.

인혜는 꿈을 꾸고 있었다. 수없이 반복해 꾼 꿈, 흉몽이었다.

인혜가 눈까풀을 움찔거렸다. 식은 이마에는 땀이 방울져 있었다. 뒤이어 끔찍한 광경이라도 목격한 것처럼 저고리 앞섶을 뜯으며 신음하는가 싶더니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면서 번쩍 눈을 떴다.

아직은 밤이 낮보다 짧을 무렵.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누른 인혜가 애타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울거리는 빛과 그림자를 제외하면,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신이 내는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 방에는 인혜 혼자뿐이었다.

인혜가 한숨을 쉬면서 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래, 꿈이었어. 그 사실이 인혜를 위로하기는커녕 한층 슬프고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게 꿈이라니. 이제 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잊는 것뿐이라니. 하지만 인혜가 아무리 울며 괴로워한다 한들 내일은 올 것이고 또 묵묵히 하루치의 노동을 해나가야 할 것이었다. 오늘은 이만 잠자리에 드는 게 옳았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