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없고 기력도 없다. 날씨는 춥고 낮은 짧다. 누가 요즘 내 기분을 물어본다면 “그냥 그래.”다.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다. 숨쉬는 것도 귀찮다. 움직이기 싫다. 누가 나 대신 화장실 좀 가 줬음 좋겠다.
“야 이제 일어나라, 좀!”
며칠째 이불 속에서 귤 까 먹으며 뒹굴거렸더니 토익 공부를 하던 쌍둥이 오빠가 와서 이불을 홱 걷어 버렸다.
“아, 추워! 춥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이불 속에만 있으니까 춥지. 머리를 쓰건 몸을 쓰건 뭔가를 하면 안 추워.”
얘는 뭔데 혼자만 활력이 넘치냐. 토익 공부 빼고 다른 건 다 재미있을 시기라서 그런가.
“혼자만 공부하고 나는 노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었냐?”
오빠가 걷어가지 못하도록 몸에다가 이불을 돌돌 말았다.
“너 그렇게 누워서 뭐 먹다가는 역류성 식도염 걸린다.”
“내 식도는 튼튼해.”
“그러다 훅 간다.”
그러더니 남은 귤을 전부 자기 쪽으로 가져가서 먹기 시작한다. 동생 역류성 식도염 예방해 주느라 수고한다, 진짜.
“널 보다가 사업 아이템이 하나 생각 났어.”
“뭔데?”
“’어른들을 위한 유치원’. 동요에 맞춰 율동도 하고 간식으로 과자도 먹고 레고 놀이하고 종이접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도 하고 인형 놀이도 하고 공룡 이름도 외우고 급식 안 남기고 다 먹으면 칭찬 스티커 받고 선생님이 그림책도 읽어 주고 선생님한테 “선생님, 팀장새끼가 저 괴롭혀요”하고 어리광도 부리고, 각자 이불 가져와서 낮잠 시간엔 자고. 어때, 힐링될 거 같지 않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소꿉놀이하면 분위기 미묘할 것 같지 않아? 서로 호감 있는 어른들끼리 부부 역할 하고 아기 역할 맡은 사람은 눈치 빠르게 둘을 엮어 줘야 하고. 기혼자는 ‘어른 유치원’에 못 오겠는데?”
“그걸 셀링 포인트로 잡으면 어떨까? 다들 소꿉놀이 시간만 기다리게. “선생님-, 철수랑 영희랑 결혼한대요”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